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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병리과, 전공의 지원 0명 사태…빅 5병원 모두 미달

발행날짜: 2017-12-01 05:00:59

병리학회 "현재 수가로는 존재할 수 없어, 향후 상황 더 심각해질 것"

|2018년도 레지던트 1년차 지원 현황 분석⑤|

"무기력해졌다."

병리과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받아든 한 대형병원 교수가 한숨을 내쉬며 내뱉은 말이다.

실제로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병리과 정원 미달사태는 외과나 비뇨의학과 등 대표적인 기피과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칼타임즈가 2018년도 레지던트 1년차 원서 접수 마감일인 29일 전국 주요 수련병원 62곳을 대상으로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병리과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초대형병원으로 분류되는 빅5병원마저 병리과 정원 미달사태를 피할 수 없었다.

우선 서울대병원의 경우 병리과 정원은 5명이었지만, 4명만이 지원서를 제출하면서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이마저도 서울대병원이라 가능한 결과라는 게 다른 수련병원 병리과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삼성서울병원도 병리과 정원은 4명이지만 3명만이 지원했으며, 세브란스병원은 병리과 정원(5명)에 한참 못 미친 2명만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도 마찬가지로 정원은 4명이었지만 2명만이 지원하면서 미달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 빅5로 함께 꼽히는 서울성모병원이 포함된 가톨릭중앙의료원(정원 5명)은 단 1명의 지원자도 없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나머지 전국 수련병원들도 병리과 정원은 1명 내지 2명이 존재했지만, 지원자는 '0명'인 현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가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으며, 이대목동병원, 충남대병원, 순천향대 서울과 부천병원 정도만이 정원을 채웠다.

서울 A상급종합병원 병리과 교수는 "전공의 지원 마감 결과를 받는 순간 무기력함을 느꼈다"며 "단 한 명도 병리과에 지원하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운 심정을 떠나서 화가 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감 결과를 받았을 때 먼저 든 생각은 현재 병리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원들이 이러한 현실에 동요될까 두려워서 다독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나가는 정원은 다시 채워져야 할 것 아닌가. 비뇨기과나 외과가 기피과라고 많이 지목되지만 병리과 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공의 미달 사태에 학회 측은 향후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정부의 수가현실화 없이는 병리의사들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병리학회 김한겸 회장(고대구로병원)은 "계속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병리의사가 부족해져 진단 자체가 늦어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진단을 위해선 병리의사가 필요한데 현재 수가로는 존재할 수 없는 현실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의료계 모든 것들이 수가와 연관되는 사회다. 결국 수가로 진료의사가 평가되는 사회인데 수가현실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병리과를 누가 지원하겠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