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 22명을 배출했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의 과학 분야 수상자는 없다. 차이를 만든 비결은 뭘까.
일본 정부는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연구 분야를 찾아 '인생'을 걸고 매진한다. 단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원을 끊지 않는다. 장인은 그렇게 탄생한다. 그 장인에게 노벨상이 돌아간다.
우리나라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R&D 투자 비중은 GDP 대비 4.3%에 달한다.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지만 노벨상 수상은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기초과학보다 주로 단기간 내에 성과와 지표로 환산되는 응용 분야에 투자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의 연구 과제를 따낸 후 재평가까지 가시적 성과에 목을 매다보니 정작 중요한 '기초 과학'보다 정부의 기준에 맞춰 연구의 주제마저 휘둘리는 게 지금의 산학연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연장 여부를 심사해 그 결과를 공개했다.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약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의 개요.
신약 연구개발 등에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제약산업 육성・지원 위원회 심의를 거쳐 '혁신형 제약사 여부'를 인증한다.
이번엔 세 개 업체가 재인증에 성공했지만 한 개 업체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혁신형 제약기업 평가 기준은 연구개발 투자실적, 연구인력 현황, 해외진출 성과, 의약품 특허 및 기술이전 성과 등 수치로 환원될 수 있는 지표들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혁신성'이나 '윤리성', '투명성' 같은 주관적 영역도 작용한다.
흥미로운 것은 복지부가 내세운 모 업체의 탈락 이유.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탈락 기업의 객관적인 지표는 합격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약 개발 이후 '3년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가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해당 기업은 신약 개발에 매년 20억원을 투자하고 다른 흑자 사업 부문의 매출을 끌어와 신약 개발에 5년째 매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췌장암 신약의 무상 공급 등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면모도 귀감이 됐지만 박수 대신 돌아온 건 인증 자격 박탈의 굴욕이다.
노벨상과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은 묘하게 닮았다. 기초과학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 그렇고 그 기초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렇다.
기초 과학에 대한 집중, 아니 지속적인 투자가 없다면 신약 개발은 있을지언정 세계가 인정할 혁신적인 신약은 나오기 힘들다.
노벨상의 불모지이자 신약의 불모지. 혁신적인 제약기업을 찾을 것인지, 복지부 기준에 맞는 (혁신적인?) 기업을 키워줄 것인지, 이제 곰곰이 따져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