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의 중심에 섰던 3세대 비소세포폐암신약 2종이 급여권에 안착하면서 이달부터 본격 경쟁을 시작한다.
폐암이 뇌로 전이된 환자에 치료 혜택을 강조하는 공통된 분위기 속에서, 현재의 차별점은 가격 격차.
해당 폐암 환자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경제력 수준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가격 부담은 초반 경쟁에 주요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는 5일부터 급여권에 진입하는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이보다 20일 정도 앞서 급여 적용을 받은 한미약품의 '올리타(올무티닙)'가 라이벌 품목으로, 논란끝에 약가협상에 성공한 이들 T790M 변이 표적항암제들은 최근 처방권 싸움을 예고했다.
지난달 말 제21차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결과에 따르면, 12월5일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에 등재되는 타그리소의 약가는 월 투약기준 34만원으로 국산 신약인 올리타와의 약가 부담 폭이 4배 이상 크게 벌어졌다.
올리타가 150만원 수준으로 약가가 결정된데 반해 타그리소는 680만원으로 한달 투약기준 타그리소 34만원, 올리타 7만5000원 안팎의 본인부담금 격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가로 급여를 적용받는 올리타의 국내 처방패턴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내 A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의 위험인자에는 환자의 경제력 수준, 즉 가난도 포함되기 때문에 올리타가 제시한 가격 경쟁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이들 3세대 표적항암제를 복용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선 경제적 부담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환자의 의사가 처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이 처방 승부수로 거론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나온다.
폐암이 뇌로 전이된 환자에서의 치료 혜택은 타그리소가 강조하는 메세지였지만, 올리타 또한 일단 이들 환자에 최신 임상근거를 만들고 있다는 대목이다.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ESMO Asia(유럽종양학회 아시아 부문) 연례학술대회에서는 뇌전이 환자를 겨냥한 신규 리얼월드 데이터가 경쟁하듯 발표됐다.
한국인 환자가 포함된 타그리소 리얼월드 데이터인 ASTRIS 하위분석 연구에는 국내 폐암 환자 371명이 포함됐으며, 평가가 가능한 294명 환자 중 212명(72.1%)이 타그리소 치료에 반응을 나타냈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는 "ASTRIS 한국인 하위분석 결과는, 중추신경계 전이 환자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질병조절 효과를 나타냈다는 결과는 향후 국내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보여줄 효과와 안전성이 예측가능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역시 ESMO Asia에서 뇌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삼은 글로벌 2상임상을 보고했다.
전체 162명 환자 중 뇌 전이 환자는 83명(51.2%)이었으며, 올리타는 뇌 전이 환자를 포함한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의 중앙값이 9.4개월로 전이가 없는 환자군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한편 타그리소의 경우 3세대 폐암 신약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글로벌 3상임상을 완료한 신약이었지만, 작년 5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받은 이후 이례적으로 약가협상을 3차례나 진행하는 등 순탄치 않은 급여과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