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에 맞춰 전방위적 심사체계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의료이용량 확인을 전담하는 모니터링팀 구성과 함께 심사체계 개편을 위한 연구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13일 심평원에 따르면, 최근 비정규조직으로 '의료이용통합모니터링단'(이하 모니터링단)을 구성한 데 이어 진료비 심사체계 개편의 전체적인 골격이 될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앞서 심평원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대책'의 적극 지원하고, 거시적 관점의 보험재정 지출 효율화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의료행위 청구건별 심사를 의무기록에 기반한 기관별 경향심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즉 기관별 경향심사로의 심사체계 개편 작업을 위해 모니터링단을 구성한 데 이어 구체적인 골격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이다.
모니터링단의 경우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 도입 시 예상되는 의료이용량 급증 및 주요 급증항목 리스트업과 진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분석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정기적으로 의료이용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업무도 함께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연구용역을 통해서는 진료비 청구․심사결과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건의료 환경을 상시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과학적․합리적 심사체계 개선안 제시할 예정이다.
동시에 보장성 강화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심사량을 감당하기 위해 심사 인력 업무부담 축소 방안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사체계 개편을 위해 2018년 새로운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1단계로 시스템과 의무기록, 영상정보를 결합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용역을 통해서는 현행 심사체계의 환경을 분석하고 최신 ICT에 기반한 미래 심사체계 개선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보건의료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진료비 심사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로 의료질 평가하는 진료비 심사될 듯"
심평원의 전방위적인 심사체계 개편작업에 의료계는 일부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가치기반'의 심사로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진료라도 빅데이터 자료를 기반해 질적인 차이를 두겠다는 것이다.
A상급종합병원의 한 교수는 "지금까지는 정량적으로 양을 측정해서 돈을 주는 시스템이었다면 현재 심평원이 추진하는 것은 질을 평가해 돈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은 검사를 해도 양에 대해서만 측정해 진료비를 지급하는 시스템이었다. 같은 맹장수술이라도 잘 한 건지 못 한 건지에 대한 질 측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양적으로의 진료 제공은 많지만 실제로는 질 편차가 존재해 이를 해소히기 위해 쓸때없는 검사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것이 가치기반의 의료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양이 아니라 질을 측정, 심사해 진료비를 지급하는 것이 심평원의 기본적인 방침인 것 같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최근 심평원이 추진하고 있는 심사체계 개편의 주된 시작은 '의료질평가'라고 지목했다.
대한의료정보학회 백롱민 조직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의료정보학회를 통해 "환자가 퇴원해서 재입원하는 정도를 측정한 데이터 등의 질 지표를 바탕으로 돈을 주겠다는 것이 가치기반의 의료"라며 "이미 미국에서는 건 별(fee-for-service)로 주던 것을 가치기반으로 30% 가량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내년까지 이를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도 이 같은 흐름에 발 맞춰 가고 있다"며 "대표적인 것이 심평원의 의료질 평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