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장비 의무화가 내년 5월 말부터 전신마취 수술을 하는 외과계 의원에 적용되는 만큼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의무화 유예기간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외과계 의사회는 수술실 장비 의무화를 4단계로 나누자는 대안을 내놨다. 전신마취를 하더라도 수술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갖춰야 하는 장비 기준을 완화하는 식이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5월 전신마취를 하는 의원에는 수술실을 갖추고 수술실에 응급의료장비와 정전 시 대비할 수 있는 예비전원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대신 의원들이 관련 장비를 구비할 수 있도록 3년의 유예기간을 뒀고 유예기간 종료 시간이 약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전신마취를 하는 외과 의원들은 청정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기 정화설비를 갖추고 내부 벽면은 불침투질로 하고 콘센트 높이는 1미터 이상 유지해야 한다.
수술실에는 기도 내 삽관유지장치, 인공호흡기, 마취 환자의 호흡감시장치, 심전도 모니터 장치를 구비해야 한다. 또 정전됐을 때 전자 장치를 작동할 수 있는 축전지나 발전기 등 예비전원 설비도 갖춰야 한다.
이에 외과계 의사회 9개는 공동으로 수술실을 무균상태부터 국소마취 등 간단한 수술이 가능한 단계까지 4등급으로 분류해 현실성 있게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제안에 참여한 외과계 의사회는 대한외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흉부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한안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등이다.
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수술실 장비 의무화는 미용성형 수술 관련 의료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저수가에서 묵묵히 고생하고 있는 동네 외과계 개원가가 반성문을 쓰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실 외과계 개원가에서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가 서울에서는 드물지만 지방은 얘기가 다르다"라며 "지방은 특히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의원에서 전신마취 수술을 한다. 그래서 이 같은 시행규칙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도 "개인의원은 정부가 원하는 수술실을 만들려면 비용을 따라갈 수 없다"며 "벽지부터 뜯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보통 3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투자해야 한다. 절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외과계 의사회가 제안한 수술실 제안을 보면 수술 종류를 경증도 상대적 청결 수술, 상대적 청결 수술, 청결 수술, 절대 청결 수술 등 4단계로 나눠져 있다.
경증도 상대적 청결 수술은 대표적으로 양성항문수술, 요실금수술, 연부조직수술 등이 있다. 전신마취는 하지 않는 개인외과 의원이 대다수 속한다. 이때는 수술실에 심전도, 산소포화도 검사기, 산소탱크만 갖추도록 한다.
2단계 상대적 청결 수술을 하는 의원은 1단계에서 갖춰야 하는 데에 마취기를 더 갖춰야 한다. 유방 및 갑상선 수술, 근육 및 골격계 외상 수술, 중추신경계 및 말초신경계소 수술 등이 대표적이다. 2단계부터는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하는 곳이다.
청결 수술은 3단계다. 무정전 전력설비나 정전 시 비상발전기 연결, 심실세동기까지 갖춰야 한다. 골격계 수술 및 골절수술(척추.상완공, 대퇴골, 경골관혈적정복술 및 내고정술), 부인암 수술 등이 있다.
마지막 4단계는 절대 청결 수술로 이식수술, 중추신경 계대수술, 인공관절수술 등이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는 선택적이긴 하지만 무균양압설비까지도 갖춰야 한다고 외과계 의사회는 제안했다.
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외과계 진료과에 수술실 장비 기준을 4단계로 나눴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수술 목록을 받아서 1차적으로 정리해 정부에 제안했다"며 "안이 받아들여지면 적용 수술은 세부적으로 정립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외과계 의사회는 "기존 수술실의 추가 장비구입과 추수 계속돼야 하는 수술실 유지관리비를 보존하기 위한 수가 재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