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의 갈등은 태생적으로 불가피한 만큼 각자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불협화음과 갈등에만 집중하지 말고 불가피한 갈등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17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연수강좌에서 집행부와 비대위의 역할론을 이같이 정리했다.
김 회장은 "당초 의협 대의원총회에 추무진 회장 불신임안과 비대위 신설안이 함께 상정됐다"며 "이중 불신임안이 부결되고 비대위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불협화음은 태생적인 문제"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전권을 준다는 의미도 각자의 위치에 따라 의견이 분분할 수 밖에 없는 모호한 개념 아니냐"며 "비대위가 정말 모든 전권을 갖는다면 의협 상임 집행부는 월급만 받고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된다는 의미인데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결국 불신임안에서 벗어난 집행부도, 이 상황에서 만들어진 비대위도 무언가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공존하면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같은 의미에서 집행부와 비대위간 예산 문제를 두고 갈등이 이는 문제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불가피한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김숙희 회장은 "비대위 입장에서는 예산이 바로바로 집행되기를 바라겠지만 집행부 입장에서는 공식적인 공문 등 절차가 필요하다"며 "비대위는 급한 마음에 이러한 절차를 많이 생략했고 집행부도 조언과 충고로 끌고 갈 수 있었던 부분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 등을 함께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그나마 여기까지 왔으면 서로 많이 양보하며 잘 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권덕철 복지부 차관과 비대위 간에 협의가 이뤄진 협의체 문제도 불가피한 갈등을 극복하며 회원들의 입장에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협의체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 전국에서 모여 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 보답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궐기대회 이후에 문 대통령이 직접 의사들의 말을 들어보라는 발언을 했고 이에 복지부 차관단과 비대위원장단 간에 간담회를 통해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며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의 절실한 마음이 만들어낸 기회인 만큼 회원들에게 어떠한 보답을 할지 신중하게 논의하고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협의체가 구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회원들도 집행부와 비대위가 올바른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갈등만 비판하고 지적하지 말고 더 많은 의견들을 제시하며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집행부와 비대위는 대립관계가 아니라 협조관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더 많이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