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에서 일어난 신생아 사망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전국의 대학병원들이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혹여 불똥이 튀어 사건에 연루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메르스 공포 수준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A대학병원 부원장은 22일 "이번 주부터 신생아실과 신생아중환자실의 모든 부분에 대해 긴급 점검을 진행하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상태"라며 "신생아 파트의 모든 직원들이 긴장상태에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보직자들과 교수들은 물론 간호팀, 보조인력, 행정직까지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복지부와 언론들이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여론이나 구설수에 함께 휘말릴 수 있는 상황 아니냐"고 되물었다.
비단 A대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점점 더 확산되며 상급종합병원 탈락을 비롯해 병원의 존폐 위기론까지 나오면서 대다수 대학병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병원 차원에서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시키는 것은 물론 퇴원환자 관리와 만족도 조사까지 진행하며 자칫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시키고 있는 것이다.
B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나를 비롯해 일부 교수들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인터뷰와 자문 요청이 들어오고는 있는데 병원 차원에서 자제를 요구받은 상태"라며 "섣불리 병원 이름이 언론에 나가지 않게 주의하라는 신신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워낙 사건이 안좋은 쪽으로 확산되다 보니 공연히 구설수에 오를까 우려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의료진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환아들과 보호자들의 표정 하나까지 신경쓰며 만족도를 챙기는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나서면서 대학병원들의 긴장감은 더욱 배가되고 있다. 혹여 조사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타격이 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A대병원 부원장은 "이미 복지부가 사전 실태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일부 병원에 대해서는 현장점검도 나서지 않겠냐"며 "예고를 한다해도 자칫 하나라도 꼬투리가 잡히면 도매급으로 매도되기 좋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지금 상황은 거의 메르스때와 비교해도 전혀 상황이 작지 않다고 본다"며 "메르스때도 이름 하나만 걸려도 환자가 초토화되는 상황을 겪지 않았느냐"고 토로했다.
유관학회들도 정부와 수사 당국, 여론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대한신생아학회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학회 차원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학회에서도 다양한 방면으로 사건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다만 이번 사건이 한없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의료진들을 무조건 비판해선 안 된다"며 "정부 또한 여론에 밀려 지금도 어려운 신생아 중환자실에 대한 성급한 규제책을 내놓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