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성분인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를 12세 미만 소아에게는 처방하지 못하게 됐다.
독감 대란 현실에서 이를 현장에 바로 적용해야 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자칫 환자 민원에 부딪힐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에 따르면 기침약으로 처방하던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의 약을 소아 환자에 쓰지 못하게 돼 대체약을 찾기 위한 의견 교류가 온오프라인으로 활발하다.
특히 소아에게 쓸 수 있는 약은 대체약도 몇 개 없어 자칫 환자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데인 및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의 허가사항 변경을 지시 예고 기간을 거쳐 11일부터 변경 지시 내용을 적용했다.
한 달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허가사항이 바뀐다. 즉, 다음 달 11일부터는 바뀐 지침을 본격 적용하는데 식약처 허가사항은 삭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바뀐 내용을 보면 기존에는 연령별로 사용량을 세분화하고 있던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를 12세 미만 소아에게는 일절 사용할 수 없다.
서울 B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약을 안 쓰면 일어날 수 있는 위해성보다 일어날 수 있는 이익이 크면 써야 한다"며 "독감은 호흡기 증상이 특히 많은데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는 특히 기침 증상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십년 동안 위해성 보고도 없었고 치명적인 부작용도 없었는데 하루아침에 근거도 없이 못쓰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아직은 유예 기간이라서 그냥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 F소청과 원장도 "쓰면 안 된다고 해서 처방은 하지 않고 있는데 소아 환자에게 쓸 수 있는 기침약이 잘 없다"며 "기침에 차도가 없으면 처방을 바꿀 때도 있는데 계속 같은 약을 써야 하니까 환자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요즘 같은 독감 대란 시기에 아이 상태에 민감한 보호자를 대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바꿀 약은 제한적이고 환자 민원은 불 보듯 뻔하니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기침은 시간이 지나면 낫는 증상이니 굳이 처방을 하지 않고 환자를 설득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지역 종합병원 소청과 과장은 "지난 1년 동안 소아 외래환자만 2만명을 봤는데 그중 코데인을 처방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기침이 심하게 엄마들이 처방을 해달라 하기도 하지만 기침을 조금만 이해하면 그렇게까지 약을 안 써도 된다"며 "조급해 하지 말라고 엄마들을 설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한소청과의사회는 한 달의 유예기간 동안 근거 자료를 수집해 식약처를 다시 한 번 설득할 예정이다.
소청과의사회 관계자는 "수십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쓰던 약을 다른 나라에서 규제가 떴다고 바로 반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관련 자료를 리뷰하고 다시 공부해 식약처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더불어 "소아의약품에 대해 전반적인 체계를 잡을 필요가 있다"며 "학회와 의사회,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소아약 처방에 대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의사회 차원에서 그 뼈대를 우선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