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치고 나온 의대생들이 "필기가 쉬웠다"는 평가가 사실이었을까. 올해 의사국시는 실기시험에서 불합격자가 속출했다.
메디칼타임즈는 22일 의사국시 합격자 발표 직후 전국 주요 의과대학별 합격현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재학생들은 필기시험은 수월하게 풀어낸 반면 '실기시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기시험에서 무더기 불합격했던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필기에서는 전원 합격을 하고도 실기시험에서 불합격자가 나온 의대가 유독 많았다.
지난해 합격률 100%를 자랑했던 울산의대에서는 재학생 5명이 무더기로 떨어졌다. 지난해 실기에서 단 한명만 불합격했던 부산의대에서도 5명의 불합격자가 나왔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서울의대, 인제의대는 필기시험에서 불합격자가 단 한명도 없었지만 실기시험에서 4명이 떨어졌다.
이병두 위원장 "실기 난이도 변화없다…교육 바뀌어야"
이병두 의사국시 위원장은 23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필기시험 체감 난이도가 쉬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의사국시는 환자가 처음 호소하는 증증상, 즉 '임상표현' 중심으로 문항이 전면 바뀌었다.
이 위원장은 "2014년 7월 의사국시 평가목표집을 만들어 국시원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본과 1학년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목표집에 따라 처음으로 문제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의사직무상황을 바탕으로 한 시험 문항이라는 것"이라며 "의사가 환자를 처음 만났을 때 환자가 처음 호소하는 증상에 대한 문항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즉, 기존에는 특정 질환에 대해 치료를 한 후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해 묻거나 암환자의 병기와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문항이 주를 이뤘지만 이런 문항이 모두 빠진 것이다. 대신 국시가 1차 의료 수준에 더 가까워진 것이다.
이 위원장은 "새로운 평가목표집 적용 첫해인 만큼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인공지능이나 기술이 발전하면 의사가 처음 환자를 봤을 때 환자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문제표상이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기시험 난이도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의대 교육에 변화가 필요한 문제라고 쓴소리 했다.
이 위원장은 "국시원은 평가기관이지 교육기관이 아니다"라며 "임상실습, 환자보는 실습을 제대로 시켜야 하는데 학교에서 이를 제대로 책임감 있게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면허 시험은 학업성취도를 보는 게 아니라 의사면허를 줄만큼 최소한의 직무역량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라며 "의사가 환자를 보는데 정답이 어딨겠나. 실기시험이든, 정답보다는 환자 상황에 맞는 적정한 추론과 최선의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각 의대는 제대로된 임상실습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하고있다. 교수의 피드백과 직접관찰이 필요한데 필요한 경우 재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내년에는 실기시험 도입 10년이다. 다시 냉정하게 평가해서 임상실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실기시험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