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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셧-다운제 도입해야" vs "의료진 마녀사냥 매도"

이창진
발행날짜: 2018-01-30 13:00:06

시민단체-의료계, 이대목동 해법 시각차…복지부 "상급병원·인증평가 보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태를 바라보는 환자 및 시민단체와 의료계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환자 및 시민단체는 재발 방지를 위한 의료진과 병원장 처벌 등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으며, 의료계는 의료시스템 문제를 개인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신생아중환자실 제도 개선과 병원의료 환경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건강과 대안, 건강세상네트워크, 의사협회,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이 공동주최해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했다.

주제발표에서 인의협 정형준 정책국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과 동일하게 결국 인력 문제다. 의사와 간호사 고용이 안되는 병원은 해당 중환자실을 축소 또는 폐쇄하는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며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건강과 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원(직업환경전문의)은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특수성과 보편성이 공존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신생아 사망 당일 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건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경찰은 구속 목적으로 사건 실체와 전모를 밝히지 못한다고 단언하다"고 말했다.

이상윤 책임연구원은 "의사협회가 의사를 보호하는 것은 이해되나 정부와 수가 문제를 제기하며 목동병원까지 두둔하는 행태는 국민 지지와 호응을 받지 못한다"면서 "현장에 있는 의료진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환자안전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말단 깃털에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병원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시민환자단체도 강력한 제재조치와 처벌을 주문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이대목동병원의 가이드라인 미준수와 부적절한 주사 형태, 허위처방 등이 비단 목동병원만의 문제인지 의문"이라면서 "복지부가 가감지급을 제외한 나머지 수가보상 방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치료결과와 환자안전을 전제로 지원해야 한다. 단순히 저수가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준현 공동대표는 "병원의 폐쇄성과 배타성 개선을 위해 시민 참여를 고민해야 한다. 복지부는 유가족 관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대책과 대안을 마련하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역시 "의사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면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2년전 전북대병원 소아 사망건도 동일 의견으로 담당의사와 병원장의 형사처벌을 안 했다. 이대목동병원 주치의는 몇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고 해놓고 사망 후 기자회견 때 중증환자라고 말해 유족들에게 못을 박았다"며 의료진 처벌을 주문했다.

안기종 대표는 "유족들은 신생아 사망 관련 의료진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허위청구가 의심되고 신생아중환자실 오염 등 책임을 물어 병원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신생아중환자실은 전담 의료진이 상주해야 한다. 의료인력을 지키기 못하는 중환자실에 대한 축소와 폐쇄 등 셧-다운 제도를 도입할 때"라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근거없는 매도와 마냥 사냥으로 의료인을 몰고 가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은병욱 소아감염학회 보험법제이사(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대목동병원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단지 경찰 압수수색으로 자체 해결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서 "무죄추정 원칙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혐의사실 언론 유포 등 의료진에 대한 마녀사냥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병욱 이사는 "전담전문의 부족과 간호사의 과도한 업무강도와 이직률 등은 다른 중환자실도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점"이라면서 "전공의가 없으면 상급종합병원이 유지 안되는 현실에 불구하고, 복지부 대책은 의무와 처벌만 강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 정은영 과장.
민주노총 대표로 참석한 최은영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간호사들은 이대목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병원들이 경영논리에 빠져 있은 상황에서 중증환자에만 집중하면 다른 환자는 방치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은영 간호사는 "정부 규제는 관리 정책으로 현장은 손발이 필요하지 머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간호사들은 장기자랑과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의사 대리처방 등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며 간호인력 확대를 주문했다.

복지부는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정은영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사태가 발생하면 대책을 마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장과 대책의 차이가 느껴진다"며 "상급종합병원과 인증 평가를 보완하고 의료인력 수급 등 근본적 개선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의료기관이 손해보지 않으면서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하겠다"면서 "오늘 나온 의견을 대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