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가 법 시행 후 혼란을 겪고 있는 연명의료법 추가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연명의료법 시행 후 의료계의 일부 과도한 주장과 정부 의료기관의 준비 부족으로 연명의료결정제도 전반의 불신을 넘어 환자에게 불안감마저 심어주고 있다"며 "국회에도 연명의료결정법 실질적 실행을 위한 추가 개정을 촉구한다"고 26일 밝혔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발생 21년 만, 2008년 일명 '김할머니 사건'이 생긴 지 10년 만에 만들어졌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연명치료중단 제도화 관련 사회적 협의체와 2012년 무의미한 연명치료 제도화 논의를 위한 특별위원회 등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시도했다.
특별위원회는 2013년 5월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을 발표했고 2015년 김재원 의원이 연명의료결정법을 대표발의, 2016년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환자단체연합은 "복지부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은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후 2년간의 준비기간에도 정보처리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 제적, 교육 등을 하지 않았다"며 "관련 시스템 사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임종현장에 큰 불편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연명의료결정 및 그 이행 관련 업무를 관리하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법률 시행 6개월 전에야 선정했다"며 "정부는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를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의 준비 부족도 비판했다.
환자단체연합은 "법률 시행일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상급종합병원 42개 중 23개만 연명의료결정 이행기관 필수요건인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며 "보름이 넘었는데도 33개 상급종합병원만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연명의료결정법은 오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제정된 법률"이라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권리가 병원의 준비 부족으로 임종기 환자가 누릴 수 없다면 이 또한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적 장치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폐지하거나 간소화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드러냈다.
환자단체연합은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그 자체를 반대하는 일부 목소리들이 지금도 있다"며 "자칫 환자 가족의 경제적 이유나 의료기관의 수익을 위해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악용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남용 방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몇 년간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한 후 임종문화가 잘 정착돼 남용 우려가 없어졌을 때 그때 완화해도 늦지 않다"며 "법률을 제대로 시행해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절차 간소화 요구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은 앞으로 연명의료결정법 중 ▲환자가족 전원 합의에 의한 연명의료 결정 시 가족 범위가 너무 넓다 ▲연명의료 결정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결정 이행을 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부분을 손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을 국회에 입법청원하거나 국회의원에게 개정안 발의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모두가 임종기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임종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