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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에게 투쟁이란? "제대로 된 협상 위한 포석"

원종혁
발행날짜: 2018-03-13 06:00:59

동행취재②최대집 후보 "당장 전장 뛰어가 성과 쟁취할 회장 필요"

최대집 후보(기호 3번·47세·서울의대)는 의료계에서 '투쟁가'로 불린다.

전국의사총연합 조직국장을 시작으로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공동대표, 전국의사총연합 상임대표, 최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까지. 하지만 그는 투쟁의 목적을 투쟁 자체가 아닌 협상에 두고 있다.

"투쟁 자체가 목적이 되는 비상식적인 사람은 없습니다. 협상을 뒷받침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투쟁력을 높여놔야 제대로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8일 최대집 후보의 선거 유세에 동행했다.

[오전 11시]최 후보는 부천에 위치한 세종병원 임상과장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선거 팸플렛이 든 손가방과 노트북을 챙기며 의자에서 엉덩이를 뗐다. 임상과장 회의장으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최 후보가 묻는다.

"만 4살배기 아들이 아침부터 유치원을 안 간다고 떼를 쓰는 통에 아침부터 혼쭐이 났습니다. 신경써서 드라이클리닝 맡긴 옷인데, 제 머리 모양은 괜찮습니까."

투쟁 전문가라는, 선 굵은 외부 이미지와 달리 작은 부분까지 신경쓰는 면이 보인다.

첫 유세 일정인 부천세종병원 임상과장 회의장에 들어섰다. 우연히 추무진 후보와 오전 일정이 겹치기도 했다.
"최 후보님, 살살해요 살살해(웃음)." 추무진 후보와 유세 일정이 겹쳤다. 임상과장회의에서 각자의 공약을 짧고 굵게 전한 최 후보와 추 후보는, 잠시 병원 로비에서 대화를 나눴다.

[오후 12시 30분]세종병원을 나온 최 후보의 다음 행선지는, 용인 소재 노인병원과 정신병원이었다.

유세일정에는 오랜시간 함께 해온 선거캠프의 참모부가 운전사로 동행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투쟁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부담스럽진 않은지 최 후보에게 물었다.

잠시 생각하고 입을 연다. "몸으로 하는 투쟁, 정말 어렵고 힙이 듭니다. 법적인 두려움이나 우려가 왜 없겠어요."

"지금 전국의사 총파업이라는 마지막 수단까지 얘기하고 있지만, 저도 환자를 진료하는 18년차 의사입니다. 이제는 의사 직권 단체 내부 논란에 그칠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사회 정치적 화두로 만들어야 가자는게 제 소신입니다."

부천에서 차로 두 시간여를 달려 목적지인 용인 요양병원에 도착했다.

외부출입이 제한된 용인 정신병원 및 요양병원에 도착한 뒤 선거 유세를 위해 진료원장과 각 과장들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오후 2시 30분]유세 상황은 언제나 녹록치 않다. 정신 및 요양병원이 가진 특성상 외부접촉이 지극히 제한된 분위기다. 의협 선거 유세를 위해 진료원장 및 과장과 잠시 면담을 요청했지만, 안내원의 표정은 떨떠름하다.

"간혹 있는 일입니다." 당황한 기색은 없다. 진료실 앞과 안내데스크를 몇 차례 왕복하면서 상황을 차근히 풀어나갔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도 최 후보의 전화기는 연신 울어댔다.

거리를 두고 위치한 노인병원과 요양병원 사이를 오가면서 어렵사리 만남을 가졌다. 담담히 자신을 소개하며 악수가 오간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현재 산적한 의료 정책적 이슈들과 관련한 격려도 듣는다.

그럼에도 발길을 떼지 못한다. 긴 진료실 복도에 멈춰서 인기척이 있는지 한 번씩 조심히 노크를 하고, 허리를 숙여 명함과 팜플렛을 하나씩 끼워 넣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돌았다.

유세 현장 이동 간에도 전화기는 쉼없이 울렸다. 하루 많게는 10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오후 3시 40분]차에 올라, 뒤에 앉은 기자에게 식사를 묻는다. 하루 6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전국을 돌고 도는 유세일정에 식사를 거르기도 일쑤란다. 토론회가 예정된 대전으로 향하기 전, 용인 병원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칼국수로 한 그릇을 해결한다. 늦은 점심이다.

최근 비대위 활동을 비롯해, 선거 유세 일정을 전적으로 소화해 내는데 가족들의 걱정도 크다고 한다. 전날도 전남지역 토론회를 마친 후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귀가했다고 한다.

"9년차 결혼생활에 접어들었지만 얼굴을 원체 보기 힘드니 농담처럼, 남편 행적을 알고 싶으면 SNS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나누는 정도에요."

그러다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멋쩍게 웃는다. 이제는 최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정자세로 앉은 자세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최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인 투쟁 자세를 아들이 따라 하고 있다.
"무일아(아들)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된다, 제가 웃으며 말렸습니다. 핏줄은 어디 안 가나 봅니다."

[오후 4시]토론회가 예정된 대전으로 이동했다. 7시 토론회 일정이지만 준비를 생각해 일찍이 서두른다.

"여기서 100km 거리네요, 충분합니다. 대전은 워낙 자주 들르다보니 장소를 외우겠습니다."

달리는 차안에서도 전화기는 쉬지 않았다. 선거 캠프 관계자의 동향 파악부터 스케줄 확인, 지인들의 응원 전화까지. 전화벨이 울려대는 시간만 빼놓으면 온전히 스마트폰을 통해 이슈를 모니터링을 하거나 토론회에서 해야 할 말들을 정리하고 또 확인했다.

도중에 A/S 센터를 찾는 잘못걸린 전화도 한 통 받는다.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잘못된 의료 정책 바로 잡겠다고 나선 사람이니, 의료 애프터 서비스 센터라고 하면 틀린건 아니네요."

그는 얼마 전부터는 전국을 돌며 의료인들과 소소하게 의견과 생각을 나누는 '맨발일기(bare foot diary)'를 적기 시작했다. 선거 일정을 소화하면서 느낀 소회를 적고 있지만, 강행군 속에 힘에 부칠 때도 많단다.

8일 마지막 유세 일정인 대전시 의협 회장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했다. 최 후보를 지지하는 의사들이 토론회장을 찾아 힘을 보탰다.
[오후 6시]토론회장에 예정보다 한 시간을 앞서 도착했다. 시의사회 관계자 외에는 아직 한산한 모습이다. 간혹 마주하는 회원들과는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는다. 토론 단상에 올라서는 한동안 준비해 온 자료를 체크했다.

최 후보를 지지하는 한 지인은 선거 유세를 대신했다. "참 한결같고 신의가 두터운 사람이에요.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일들이 많았을텐데, 의료계의 생존 존망을 가를 이번 선거에서 최 후보자의 소신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고 응원했다.

토론회가 마무리 된 것은 밤 10시 경이었다. 마지막으로 최 후보자는 기자에게 이번 선거에 바람을 전했다.

"지금 40대 의협회장 선거는 초비상 상태입니다. 여러가지 공약과 구조개혁에 대한 말들이 나옵니다. 당장 전장으로 달려나가서 성과를 쟁취할 의협회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