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약침'은 한방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 의사도 한의사도 아닌 법조인의 의견이다.
의료행위는 인간에게 행해지는 위험성을 수반한 행위이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교 정규원 교수는 최근 서울의대에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3월 학술발표회에서 약침의 한방 의료행위성에 대한 검토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보건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한약침학회 전 회장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벌금 206억원을 선고한 것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약품 제조 및 판매 신고를 하지 않고 200억원 규모의 약침액을 제조, 전국 한의원 200여곳에 판매했다는 혐의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정 교수는 이 사건이 약침이 한방의료행위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 문제인지와 더불어 조제와 제조의 구분은 무엇인가 등 의료행위와 관련한 여러 논점을 담고 있다고 정리했다.
그는 "의료행위는 인간에 대한 위험을 포함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며 "그 기준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자연과학적 근거"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료행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례의 정의나 법률 규정은 매우 추상적이고 그 포헙범위가 넓어 행위 시점에서 예측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개별적인 사안에서 사후적인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현행법에서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한방의료행위가 의사의 의료행위보다 법적 규율을 적게 받는 이유는 긴 시간 동안 이뤄져 왔고, 동양의 특정한 사고에 근거해 발전한 한의학의 특성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두가지 특성을 모두 적용해도 약침행위는 한방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정 교수는 "침을 경혈 등에 찌르는 행위는 한방의료행위에 속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침으로 한약제를 투여하는 주사행위는 전통적인 한방의료행위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약침행위가 전통적인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면 한의학이 기반하고 있는 학문적 체계에 비춰 과학적으로 응용, 개발했다는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과학적, 객관적 검증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또 "약침행위가 한방의료행위로서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효용이 과학적으로 검증돼야 할 것"이라며 "약물의 성분 공개와 더불어 통상적인 신약개발에서 요구되는 검증저차와 같은 과정을 통해 식약처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경구인지, 피하주사인지, 근육주사인지 등 방법에 따라 달리 평가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약침행위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함께 약침에 사용되는 약제가 식약처의 안전성 유효성 검사의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 교수는 "약침이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전제해도 그 약제의 안전성과 효능은 개관적으로 검증돼야 한다"며 "생명, 신체에 대한 추상적 위험까지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 조처를 통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침에 사용되는 약제가 대대적으로 내려오는 비방이라는 이유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성분이 분명하게 밝혀진 후에는 통상적인 신약개발 절차에 따라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약침주사가 의사의 면허 범위 내의 행위인가, 한의사가 할 수 있는 행위인가를 판단하기 전에 유효한 의료행위인지에 대한 판단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인간은 누구나 신체에서 공통적인 부분과 더불어 개별적인 특성이 있다"며 "한방의료에 대한 보다 엄격한 검증방안이 한의학계 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검증방안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