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신생아중환자실(NICU) 10곳 중 4곳은 지질영양제 주사를 '분주'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비율은 이대목동병원 사건 후 눈에 띄게 바뀌었다.
스모프리피드를 사용한 만큼 청구하지 않았다가 삭감당한 경험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병원들이 지질 영양제를 분주했던 이유에 현 건강보험 심사 시스템도 한몫했다는 것이다.
대한신생아학회는 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시총회를 갖고 지난 1월 28일부터 일주일 동안 전국 77개 신생아중환자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학회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신생아 4명 사망 사건 발생일인 지난해 12월 16일 전후 총정맥영양수액제(TPN) 조제 및 1회분 포장 시스템(Unit Dose System, UDS) 운영현황 및 정맥용 지질주사 제제 사용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42.9%의 병원이 영양주사제 조제는 약사가 맡고 있었다. 영양주사제 처방 주체는 93.5%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였고 전문의가 처방하는 경우는 6.5%에 그쳤다.
10곳 중 9곳(93.5%)이 스모프리피드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75.3%가 100cc 용량을 쓰고 있었다. 이대목동병원처럼 500cc 용량을 사용하는 곳은 2.7%에 불과했다.
이들 수치는 이대목동병원 사건 전 수치이지만 사건 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사건 전후 영양주사제 운영 및 관리에 변화가 생긴 부분도 있었다.
사건 전에는 10곳 중 4곳 꼴인 44.2%의 병원이 주사제 1병 당 2명 이상에게 분할 투여를 하고 있었다. 즉, 분주를 하고 있다는 것. 분할 투여를 할 때 할 때 조제 주체는 86.7%가 신생아중환자실 간호팀이었다.
처방 방법을 보면 75%의 병원이 영양제의 실제 투여량과 시간당 투여량만 표시했다. 25%의 병원은 청구되는 병의 개수도 표시했다.
반면, 이대목동병원 사건 발생 후 분주 비율은 3.9%로 눈에 띄게 줄었다. 분할 시 조제 주체도 간호팀이 하는 비율이 70.5%로 소폭 줄었다. 약제팀이 조제하는 경우는 사건 전 13.3%에서 29.6%로 늘었다.
64.9%가 실제 투여량과 시간당 투여량만 표시하는 경우는 64.9%로 소폭 줄었다. 청구되는 병 개수까지 표시하는 비율은 35.1%로 늘었다.
이처럼 분주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모프리피드 일정량만 쓰고 한 병 비용으로 급여 청구를 하면 삭감을 당하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신생아학회 조사 결과 7개 병원이 지질주사제 삭감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A병원은 2007년 이전 4일 투여 분 모두 삭감 당한 경험이 1건 있었다고 토로했다.
B병원은 지난해 초까지 인트라리피드(intralipid) 250ml를 쓸 때 청구 시 반만 인정하고 반은 삭감됐다. 즉, 28일 사용했다고 청구하면 14일만 인정받은 것. 이후 스모프리피드 100ml로 바꾸면서 삭감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냥 50cc만 청구하고 있다.
C병원은 과거 삭감으로 0.5만 청구했지만 최근에는 1.0으로 청구해도 삭감이 안돼 그대로 청구하고 있다.
실태조사 이유는? "자성하고 개선해 나갈 것"
신생아학회는 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정부에 적극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신생아학회 김기수 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의료계 전체 문제로 비화됐다"며 "현재 여론과 의료계의 상황에 온도차가 상당히 크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사건이 발생한지 100일이 넘었는데 아무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론을 환기하고 유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라며 "이대목동병원장에게 5월 중순까지는 유가족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목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별개로 학회 차원에서도 유가족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허술한 감염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정부에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NICU 실태조사 결과 44%의 병원이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하고 있었다"며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고들 많이 이야기하는데 돈 문제가 아니라 삭감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고자 약을 나눠 쓰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유가족과 국민의 또 다른 바람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감염관리를 철저히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에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구속'이라는 상황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구속된 동료 교수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실제 신생아학회는 이대목동병원 사건 관련 의사 2명이 구속되는 날부터 기금 모금을 실시했고 사흘 동안 약 5600만원이 모였다.
신생아학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해당 기금 사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분주를 하더라도 500cc를 7명에게 분주하고, 상온에 몇 시간씩 뒀다는 것은 잘못된 부분"이라면서도 "구속까지 될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학회 역량을 동원해 이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