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당선자가 5월로 예정된 수가협상에서 의협 불참 가능성을 언급하자 다른 공급자 단체들이 술렁이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의협이 수가협상에서 불참한다면, 다른 공급자 단체의 수가인상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협 최대집 회장 당선자는 최근 출입기자단 인터뷰에서 신임 집행부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문재인 케어에 대응하기 위해 5월 수가협상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을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최대집 회장 당선자의 발언처럼 만약 의협의 수가협상 불참이 현실화된다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이미 의협은 노환규 전 회장 집행부 시절 유사한 전례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정부의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당연적용 방침에 반대하며 건정심을 탈퇴한 데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협상도 결렬되면서 2.4%라는 근래 들어 가장 낮은 수가인상률을 받아들여야 했다.
수가협상에서 의협은 이 후 2014년도에 3.0% 인상률을 받아낸데 이어 2015년 3.1%, 2016년 3.0%, 2017년과 2018년 3.1%, 등 매년 3%가 넘는 수가인상률을 받아왔다.
다른 공급자 단체들은 만약 의협이 오는 5월 수가협상을 불참한다면, 2013년도와 같은 저조한 수가인상률에 더해 추가적인 페널티까지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가협상에 참여하는 한 공급자 단체 관계자는 "2013년도 의협의 건정심 탈퇴와 수가협상 결렬에 따라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가입자 측에서 제기되기도 했다"며 "만약 의협이 이번 수가협상을 보이콧한다면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와 건정심 가입자 측에서 페널티 주장에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시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의협이 불참한다면 상대적으로 다른 공급자 단체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가협상의 구조가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설정하는 추가재정분을 둘러싼 공급자 단체 간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수가협상에서 의협이 2.4%라는 실망스러운 수가인상률을 기록한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는 2.2%라는 기록적인 수가인상률을 받아들었다.
수가협상에서 사실상 가장 큰 유형인 병원과 의원 서로간의 눈치싸움이 전체 수가협상 판을 좌우하는 것이다.
또 다른 공급자 단체 관계자는 "2013년 당시 의협은 수가협상 결렬 후 건정심까지 가면서 저조한 수가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병협은 상대적으로 2.2%라는 높은 수가인상률을 받게 된 것"이라며 "만약 의협이 올해 수가협상을 불참한다면 이와 같은 일이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더구나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해 정부와 건보공단이 올해 수가협상에서 비교적 많은 추가재정분을 투입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의협의 불참은 병협과 한의협 등 다른 공급자 단체의 수가인상률을 키워주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의협 최대집 회장 당선자의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하며, 의협의 수가협상 참여를 기대했다.
건보공단 보험급여실 관계자는 "수가협상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요양급여 계약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5월 수가협상을 위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의협의 경우 아직 집행부가 구성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집행부가 구성된다면 수가협상단을 꾸려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케어 추진과 수가협상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4월 말에 각 공급자 단체 수가협상단 명단을 받는 만큼 변동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