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1년에 레지던트 3년 또는 4년, 여기에 세부 전문의 자격을 따기 위해 펠로우까지. 본연의 기능을 잃고 '펠노예'라고까지 불리며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펠로우(전임의) 제도를 뜯어고치기 위해 학회가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소화기학회 이동기 이사장(세브란스)은 1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래를 위해 "소화기 펠로우 제도를 어떻게 수립하고, 얼마나 경쟁력 있는 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전임의가 학문적, 임상적 역량을 갖춘 분과 전문의로서 역량을 갖도록 교육하는 게 미래의 이슈"라며 "학회 단독 영역은 아니고 내과학회를 비롯해 소화기 관련 8개 연관학회와 펠로우제 개선책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개선 일환으로 소화기학회는 학회 일정 중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소화기분과 세부 전임의 트레이닝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가졌다. 싱가포르, 일본, 대만, 미국에서 연자가 참여해 자국의 전임의제 운영 현황을 발표했다.
이 이사장은 "발표에 나선 국가들은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2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능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분과 전문의를 배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싱가포르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제도 자체를 정부에서 컨트롤하면서 매우 엄격하고 확실하게 운영되고 있어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부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한 펠로우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게 소화기학회의 판단.
우리나라는 현재는 3년으로 바뀐 레지던트 수련을 통해 내과 전문의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이때 목표를 일반적인(general) 내과 의사를 기르는 것이다. 레지던트 수련을 마친 후 2년 이상 9개의 세부 분과 중 하나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기 위한 전임의 과정을 밟는다.
이동기 이사장은 "내과 입장에서는 분과 전문의가 필요한 정도가 전체 내과 전문의의 40% 정도인데 그동안 내과 전문의 자격을 딴 의사의 80% 이상이 펠로우 과정에 들어갔다"며 "1~2년 동안 펠로우 과정을 밟은 후 그들이 하는 일이 정말 분과 전문의 관련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다시 일반적인 내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분과 전문의 교육도 2년을 권장하고 있지만 1년만 마쳐도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있다"며 "내과가 진정 추구하는 분과 전문의 양성 목표에 걸맞지 않은 현실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비정상 상태의 제도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학회가 개선 방향 고민에 나선 것이다.
이 이사장은 "2년이라는 시간 투자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낭비"라며 "진료공백이 생기면 대처하기 위해 인력을 투입, 수혈해서는 안 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10년, 20년 먼 미래를 바라보고 의료수급 계획을 잘 맞춰 제대로 된 트레이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여러 세부 분과 및 내과학회와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