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병·의원
  • 개원가

열악한 외과계 현실 돌파구는? 5개 학회 뭉쳤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8-04-25 06:00:45

국회서 합동 토론회 "저평가된 수술-처치 수가 정상화 절실"

"해도 해도 고생만 하고 보람이 없다."

외과계 학회들은 전공의들이 외과계 진료과 지원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전공의법 시행과 극심하게 낮은 수술-처치 수가, 열악한 근무환경 등의 외과계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5개의 외과 학회가 뭉쳤다.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흉부외과학회,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4일 국회도서관에서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과연 돌파구는 없는다'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를 주최하는데 국회의원도 여야를 불문하고 7명이나 이름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양승조·정춘숙 의원,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 정의당 심상정·윤소하 의원,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 등이다.

각 학회는 전공의와 전문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환경 실태조사 등을 공개하며 저평가된 외과계 수가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경외과학회 장진우 이사장, 외과학회 김형호 총무이사, 흉부외과학회 신재승 기획홍보이사, 비뇨기과학회 주관중 보험정책단위원, 산부인과초음파학회 김문영 회장, 신경외과학회 김성호 수련이사, 외과학회 이국종 특임이사.
외과학회 김형호 총무이사는 "수가 현실화는 모든 외과계 의사가 하는 말"이라며 "외과는 성격상 응급이 많고 수련기간이 길며 제대로 수술을 하려면 45세 이상은 돼야 한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흉부외과학회가 전문의 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주일에 평균 76시간을 일하고 있었으며 일주일에 130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한 흉부외과 의사도 1명 있었다. 일주일이 168시간임을 고려하면 이 의사가 휴식을 취하는 시간은 38시간, 즉 하루하고도 반나절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열악한 현실은 타과도 마찬가지. 신경외과학회 역시 전임의와 교수 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강도 조사에서 94.3%가 하루 평균 9시간 이상 일을 하며 76.2%는 14시간 이상 일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 학회가 내놓은 현실 타개 돌파구는 뭘까. 수술-처치 수가 정상화가 기본적으로 깔려있었다.

구체적으로 외과학회는 ▲수술 환자 수술 후 처치 및 관리료 ▲응급 수술 전담 외과 전문의 수가 ▲수술 과정에 투입되는 의사 비용 분리 ▲새로운 시술에 대한 보상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배치 의무화 및 1인당 환자 수 제한 등을 제안했다.

흉부외과학회는 근무환경 개선과 진료공백을 위한 인력지원, 고위험군이나 고난도 수술 등 사망률이 높은 질병에서 의료진 보호 등을 제시했다.

비뇨기과학회는 외과계 전체 노인수술 수가 30% 가산, 수술 관리료 신설, 불합리한 급여기준 개선, 외과계 수술 수가에 대한 원가 보존율 인상, 의사 업무량 및 원가 적정 보상 등의 방안을 내놨다.

김문영 산부인과초음파학회장은 "저출산 시대에 산과는 정책 가산을 꼭 받아야 한다"며 "진료과가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 수가를 보전 받아야 하는데 수가 보전이 N수에 따라 왔다갔다 하면 결국 진료과는 무너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신경외과학회는 ▲상급종합병원 질병 중증도에 중증 외상 포함 ▲장기재원환자 및 외상처치 등에 대한 수가의 현실적 증가 ▲외상환자에만 허용된 혈관촬영기 같은 고가 의료장비 사용 일반진료에도 허용 ▲외상 전담전문의 처우 대폭 상향 조정 ▲뇌압 감시 장치 수가 현실화 ▲입원전담전문의 세분화 등을 제언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춘숙, 심상정, 윤소하, 최도자 의원은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외과계 학회는 약 4시간 동안 정책토론회를 진행했지만 5개의 학회를 뭉치게 만들어준 국회의원들은 여느 행사처럼 일찌감치 자리를 비워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 외과학회 이국종 특임이사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보좌관, 전문위원이 단 한 명도 없다"며 "적어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이라면,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몇 시간만 투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농민을 대변한다는 정당이 많은데 저렇게 수술실에서 일하는 우리의 노동하는 모습에 전혀 관심이 없다. 외상 환자의 상당수가 사회적 약자가 많은데 뒷전"이라며 "학회 차원에서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가장 중요한 게 신뢰…약속 반드시 지키겠다"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
5개 학회의 현실과 개선책을 들은 정부는 신뢰를 앞세우며 점진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가장 중요한 게 신뢰다. 작은 약속이나마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신뢰 회복의 길"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외과 수술, 처치 수가 보전 부분에 대해 계속 노력은 해왔다"며 "가산을 적용했었는데 부족한 것 같다.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서 수술 숙련도 반영, 응급수술 전담 수가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전공의법 시행으로 생기고 있는 임상현장의 문제점 개선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정책관은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는 일주일에 최대 88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다"며 "전공의의 업무 시간이 제한되다 보니 전임의, 봉직의의 과로가 많아서 고민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예산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