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이후 경영이 어려워지자 '임금 삭감' 카드를 꺼내들며 직원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이화의료원.
직원들은 재단의 적극적인 개입이 먼저라며 의료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화의료원지부는 25일 오후 이화학당 앞에서 "재단투자 없는 병원 시스템 개선안은 기만행위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직원만 희생하는 말뿐인 병원혁신, 이화재단 규탄한다', '목동병원 위기상황, 이화재단 책임져라' 등이 피켓을 들고 모인 노조원 약 70명은 재단의 책임을 촉구했다.
현재 이화의료원은 2월 연말정산의 지급을 보류하고 지난달 급여일에는 80%를 우선 지급한 후 20%는 분할지급했다.
그리고는 앞으로 1년 동안 급여의 20%를 기부금화 해 유보하고, 2년 후인 2020년부터 5%씩 4년동안 지급하겠다는 협상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현금유동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해 다음달 7일 대체휴일에는 정상진료를 강행하겠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이화의료원지부 유현정 수석지부장은 동대문병원과 목동병원의 통폐합 과정이 재현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지부장은 "병원 통폐합 당시 동대문 직원 임금이 19% 이상 삭감됐고 현재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며 "2011년에는 동대문병원 매각비용을 목동병원 재투자에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서울 마곡지구 새병원 건립비용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대목동병원 수익의 상당 부분이 매년 마곡 새병원 건립으로 전출됐다"며 "목동병원이 재정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임에도 새병원 건립을 위한 부채의 이자 비용마저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즉, 병원 시스템 개선 및 의료 질 향상을 위한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창범 지부장은 "25년의 역사에서 재단의 역할이 뭔지 모르겠다"며 "병원에 수익이 날 때는 신경을 쓰더니 경영 악화 상황이 닥치자 재단은 채권단 놀이, 방관자 코스프레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직원 2500명의 생존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급여 20% 삭감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신생아 사망사건의 근본 원인은 시스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의료원이 만들어낸 개혁방안을 재단은 충분한 투자로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목동병원에 2000년 입사해 복막투석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지정 간호사는 이번 사건을 겪으며 의료원장 산하 전 직원이 발벗고 나서서 발전하는 계기가 돼야 하는데 재단이 도와주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간호사는 "자각하지 못하고 관행적으로 일했던 것을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잘못된 관행을 깨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절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감염관리에 대해 의료원 차원에서 개선방안을 갖고 왔지만 재단은 적극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직원 급여만 깎고 있다"며 "직원들이 스스로를 감시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원들은 "재단은 국민 앞에 사과와 개선을 약속한 의료원의 경영진은 물론 교직원이 또다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인으로 내몰면 안된다"며 "이화학당이 전면에 나서 적극적인 투자 확대로 경영과 운영의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