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장을 거쳐 건국대 의무부총장, 여기에 의료원장의 직함까지 더하게 된 건국대의료원 한설희 의료원장(64, 신경과)의 방향성은 이 두 단어로 압축된다.
메디칼타임즈는 임기를 시작한지 2개월이 막 지난 한설희 의료원장을 만나 그 간의 고민과 병원 발전을 위한 구체적 생각을 들어봤다.
한설희 원장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의료원 직원들을 직접 만나 현안을 파악하고 병원이 선제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그는 "의료계는 문재인케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정부가 한 번 잡은 방향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병원으로서는 관련 제도를 어떻게 연착륙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현재 수가로 창출되는 의료 수익으로 병원 발전을 위한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널리 적용된다는 뜻을 가진 'one size fits all'이 아니라 개인 맞춤형 정밀 의학이 병원의 앞으로 방향이고 4차 산업혁명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설희 원장은 '노인'과 '4차산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건국대병원은 일찌감치 시니어 친화병원을 표방하며 노인 진료 부분에서 앞서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회전문 속도를 저속으로 조절하고 수납창구도 어르신 전용 창구를 따로 마련했다. 어려운 외래 진료과 대신 진료과에 번호를 붙여 노인 환자가 보다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진료시스템도 노인에 맞춘 48/6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노인 환자가 오면 간호사가 48시간 안에 인지, 우울, 이동 능력, 배변, 통증관리, 복용약 등 6가지 영역을 평가한다.
건국대의료원은 시니어친화병원 시스템에 대해 특허를 냈고, 자체 개발한 로고도 특허 신청을 한 상황이다.
한 원장은 "우리나라 신생아 출산율은 세계 최저에, 고령화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라며 "건국대병원도 현재 전체 환자의 3분의1 이상을 노인이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과도 연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 병원을 퇴원한 노인의 건강을 추적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은 대세…올해 목표는 환자안전 시스템 구축"
4차 산업혁명도 한 원장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 실제 한설희 의료원장은 사비를 털어 지난해 한 학기 동안 카이스트에서 운영하는 4차산업혁명 프런티어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도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해 병원에서도 수익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라는 주문을 꾸준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이스트에서 한 학기 공부를 하며 4차산업 전반에 대한 기본 콘셉트를 얻을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4차산업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현재 건국대의료원 교수나 직원 중 4차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서 미래의학에 대한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치매 분야 권위자이기도 한 한설희 원장도 동료 교수들과 학내에 바이오벤처를 창업해 퇴행성 뇌질환 관련 약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치매는 40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20여년에 걸쳐 뇌에 독성물질이 축적되면서 서서히 진행된다"며 "그만큼 예방할 기간이 있다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매뿐만 아니라 자폐증, ADHD 등을 타깃으로 해서 건강기능식품부터 시작해 약물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원장으로서 올 한 해는 환자안전을 위한 감염관리 시스템 구축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다.
한 원장은 "어느 병원이나 이대목동병원 사태 같은 위험이 있다"며 "정부도 환자안전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한 만큼 병원 경영진이 바뀌더라도 존재할 수 있는 환자 안전 시스템을 갖추는 게 올해 목표"라고 했다.
또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무균 제조 시설을 구축하려고 한다"며 "인력과 시설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