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병상당 간격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병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감염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병원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과 두달 뒤 상급병실 급여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50병상을 운영중인 A원장은 "이번달부터 병상 간격을 맞추기 위해 층 별로 공사에 들어갔다"며 "유예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나마 환자가 적은 7~8월달에 공사를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서는 최소 18병상 정도를 빼야 얼추 기준에 맞출 수 있을 듯 하다"며 "지금도 입원 환자 대기가 길어 뺏기는 환자가 많은데 병상까지 줄여야 하니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일정 부분 유예됐던 병상 간격 기준에 대한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병상 간격 기준을 강화하면서 신규 병상은 1.5m로 즉시 적용하고 기존 병상은 공사 기간 등을 감안해 올해까지 적용을 유예해 주기로 했다.
잠시 숨을 돌렸던 병원들도 이제는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하는 시점이 온 셈. 중소병원들을 중심으로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다.
종합병원을 운영중인 B원장은 "당장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내보내고 대공사를 할 순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병상을 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결국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듯 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그나마 병상에 여유가 있던 과의 병상을 확 줄이고 입원 수익이 좋은 과의 병상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한다"며 "하라니 하겠지만 병상 하나를 빼서 몇 뼘 되지도 않는 공간을 넓히는 것이 감염관리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답답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더욱 큰 골칫거리는 상급병실에 대한 급여 적용이 불과 몇 달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병상 간격을 늘려야 하는데다 1인실과 2인실에 대한 수익도 크게 줄어드는 이유다.
종합병원을 운영중인 원장들로서는 엎친데 덮친 상황이 벌어진 것. 이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원장은 "당장 더 급한 문제는 불과 두달 뒤 1인실과 2, 3인실이 급여화 되는 것"이라며 "그나마 회전율이 적어도 유지가 가능했던 부분이 이제 고스란히 부담으로 올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내부에서는 차라리 상급병실을 없애고 뺀 병상을 그곳에 넣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이마저도 공사가 불가피한 부분이라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이는 비단 중소병원만의 일은 아니다. 대학병원들도 이러한 부분에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환자들이 느끼는 차별과 대기시간 증가 문제.
새 병상과 기준 병상간 차이가 있는데다 상급병실 급여화로 그나마 운용이 가능했던 여유 공간이 완전히 없어졌기 때문이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규모있게 설립한 새 병원이야 큰 관계가 없겠지만 지은 지 시간이 흐른 병원들은 정부 기준에 간신히 맞춰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새로 늘린 병상과 기존 병상과 차이 때문에 지금도 환자들의 민원이 심심치 않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그는 "상급병실만 해도 1인실에서 2인실 5인실로 내려가면서 그나마 병상 운영에 요령을 발휘할 수 있던 부분"이라며 "수익성을 떠나 이렇게 되면 급한 환자라 하더라도 병상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