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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규제책 초읽기…복지부-의료계 충돌 불가피

이창진
발행날짜: 2018-05-28 12:00:59

외과계 "분만·수술실 닫으라는 소리"…"위반시 시정명령·업무정지 처분"

동네의원 수술실 장비 의무화가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가 규제 강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외과계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6월부터 시행되는 의료법 시행규칙 중 수술실 강제화 조항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외과계 의사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2015년 5월 전신마취 의원급을 대상 수술실을 갖추고 수술실에 응급의료장비와 정전에 대비한 예비전원 설비 등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6월부터 시행되는 전신마취 수술실 장비 의무화를 앞두고 복지부와 의원급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복지부는 수술실 장비 설치 비용과 기간 등 의원급 상황을 감안해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문제는 유예기간 종료가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복지부와 의료계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의료법에 의거한 전신마취 수술실 장비 의무화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기정화설비 등 일부 시설은 감염 차단 실효성과 의원급 특성을 감안해 제외 또는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과계 의사회는 정부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년간 유예된 의료법 시행규칙 중 수술실 조항이 6월부터 전격 시행된다..
종합병원 수술실과 동일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라는 것은 사실상 의원급 수술실을 접으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외과계 의원급 원장은 "정부가 법만 앞세우고 의료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낮은 수술 수가 등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유예기간 동안 의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공기정화시설과 예비전원설비 등 수 천만원 비용이 드는 장비를 설치하라고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동석 산부인과의사회장은 "정부가 전신마취와 국소마취 등 이분법적 사고에 머물고 있다. 국소마취 수술도 환자 상태에 따라 전신마취로 전환될 수 있다"면서 "의원급 수술실은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동석 회장은 이어 "종합병원과 동일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라는 것은 그나마 운영 중인 분만실과 수술실을 문 닫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임대가 대부분인 의원급에서 장비 설치를 위해 건물 구조를 바꾼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과계 의원급은 수술실 장비 의무화에 소요되는 의원당 수 천만원의 비용과 더불어 임대 건물 공사의 부담감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의료법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정책과(과장 정은영) 관계자는 "3년 유예기간 동안 조용하다 시행시기가 다가오자 의원급은 제외시켜달라는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 의료법 시행규칙에는 전신마취로 명시된 만큼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복지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 조만간 외과계 의사회와 만나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유예됐던 의료법 시행규칙은 예정대로 6월부터 시행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에 이어 의료기관 업무정지(또는 과태료) 행정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와 외과계 의사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분만실과 수술실을 지닌 동네의원 상당수가 법 위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의료계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