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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으로 치닫는 의정관계…갈등구조 일촉즉발

발행날짜: 2018-05-31 06:00:50

협상 테이블 사실상 무용지물…힘겨루기 양상으로 악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끝없는 갈등을 보이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안마다 극한 마찰을 일으키며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

어렵사리 마련한 협상 테이블은 사실상 무용지물로 변해버린 채 서로가 세를 과시하는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30일 두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으로 하반기 급여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수가협상 보이콧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선언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건강보험공단의 수가 제시안은 국민과 의료계를 기만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가정상화에 대한 아무런 실효적 제안없이 예년과 같은 방식의 구태의연한 수가 제시에 강력히 항의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수가협상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며 "극도로 무성의한 수가협상에 대한 항의하고자 30일자로 건정심 탈퇴를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내일(31일)이 수가협상의 마지막 논의라는 점에서 사실상 수가협상에 대한 보이콧과 건정심 탈퇴를 확정한 셈이다.

이와 동시에 의협은 같은 날 하반기로 예정된 MRI 급여화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이에 대한 강력 투쟁을 선언했다.

MRI를 포함해 보장성 강화의 우선순위를 무시한 채 정부가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은 의정관계의 신뢰를 깨는 행위라는 것. 즉시 모든 보장성 강화정책을 멈추고 의협과 원점에서 재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필수의료 분야의 우선 순위를 무시한 채 몇몇 학회들과 졸속으로 협의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에서는 신뢰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뒤에서는 자기 고집대로만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이들 학회들에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보이콧을 요청했고 결국 이들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협의체 자체가 무산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처럼 보장성 강화정책을 포함해 적정 수가 보상안 등 거의 모든 사안을 놓고 의협과 복지부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양측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1차 의정협상 파기 후 40여일 만에 극적으로 다시 협상 테이블을 열었지만 제대로된 회의는 진행해보지도 못한 채 마찰만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부도 이러한 의협의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사실상 또 다시 패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힘겨루기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복지부는 의협이 MRI급여화 철회를 촉구하는 회견을 열자마자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의협의 행태를 즉각 지적했다.

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MRI급여화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며 진료에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우선순위 또한 높은 사안"이라며 "의협이 주장하는 졸속 강행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국민들과의 약속대로 9월 급여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의협이 반대한다 해도 9월 추진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총파업 카드를 또 다시 내놓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면 회원들의 뜻을 모아 전국 의사 총 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

최대집 회장은 "전국 226개 시군구의사회장과 특별분회장과 집중 회의를 개최하고 전 회원들의 온라인 비상총회를 통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저지를 위한 강력 투쟁 방안을 정리할 것"이라며 "6월 중 비상총회를 통해 전국 의사 총 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도 의협과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책 기조는 흔들릴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양측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에서 지속적으로 신뢰와 진정성을 강조하는데 의정협상을 앞두고 궐기대회를 연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느냐"며 "MRI 급여화 문제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같이 의견을 모아보자는 취지인데 시작부터 대화를 차단하고 나선 것은 의협"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