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무리한 약값 인상 요구로 간암 치료과정에서 쓰는 조영제 '리피오돌' 약가 협상이 난항을 겪자 환자단체가 우려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4일 "간암 치료에 필수적인 리피오돌을 독점 공급하는 프랑스 제약사 게르베코리아가 약값 인상을 요구하는 동시에 수입까지 중단돼 환자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환자 생명을 볼모로 벼랑 끝 약가협상을 하는 게르베코리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리피오돌은 간암 환자에게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을 할 때 항암제와 혼합해 사용하는 조영제로 퇴장방지 의약품이다. 게르베는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값을 인상해 달라며 약가조정 신청을 했다.
환자단체는 "게르베가 심평원에 요구한 약값이 기존 약값이 5배나 되고 리피오돌 수입 중단으로 공급량이 줄었다는 게 문제"라며 "현재 리피오돌 한 개 가격은 5만2560원이고, 게르베는 26만2800원으로 약값을 인상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값 인상을 요구하는 약가조정 신청 그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게르베가 리피오돌 수입을 중단한 상태에서 심평원과 약가조정을 하는 것은 제약사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비인도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다행히 5월 말 리피오돌 수입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합리적 가격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며 "심평원과 약가 조정이 결렬되면 언제든지 공급 부족으로 환자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에이르 치료제 푸제온 강제실시 청구 사례를 예로 들며 환자단체연합은 "정부와 제약사 간 약가조정 줄다리기 때문에 간암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은 절대 용인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약사는 적어도 의료현장에서 간암 환자 치료에 차질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놓은 후에 심평원과 약가조정을 해야 한다"며 "제약사의 의약품 독점권으로부터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강제실시, 병행수입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