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진보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요양기관 자율점검제도 시행을 위한 법제처 심의에 돌입해 주목된다.
4일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에 따르면, 의료기관 및 약국 등 부당청구와 착오청구 자율점검기관의 현지조사 면제와 행정처분 감면을 담은 고시 제정안의 법제처 심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16일 '요양 및 의료 급여비용 자율점검제 운영 기준 제정안'을 통해 부당청구 개연성이 있는 사항을 사전에 미리 통보하고 자율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불필요한 현지조사를 줄이는 자율점검제 도입을 예고했다.
이미 복지부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은 자율점검제 시행을 위한 치과 등의 시범사업을 통해 착오·부당청구 감소 등 적잖은 성과를 도출했다.
그러나 진보 시민단체는 자율점검제를 강력 반대하는 상황이다. 요양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요양기관 자율점검제는 건강보험 재정관리의 최소 수단인 현지조사를 통한 행정처분권 마저 포기하고, 더 나아가 문재인 케어 성공을 위한 재정 보호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자율점검제가 시행되면 병의원 등 요양기관은 밑져야 본전으로 일단 부당청구를 해 놓고 걸리면 자율신고를 하는 식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정안 폐지를 촉구했다.
복지부는 시민단체 우려를 일축했다.
보험평가과(과장 홍정기)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자율점검제 취지를 오해하는 것 같다.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현지조사나 행정처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요양기관의 자정활동을 독려해 착오청구와 부당청구를 줄이는 의료생태계 선순환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부당청구 개연성 있는 항목을 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심사평가원과 함께 자율점검제를 안내하는 무료 컨설팅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의료기관 현지조사 관련 컨설팅 업체의 인증제 부여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아직 시기상조이다. 다만, 시범사업 이후 본 사업 과정에서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도 안착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현재 법제처 심의를 진행 중으로 문구와 처분 등을 조율하고 있다. 연내 시행을 목표로 요양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자체점검을 통해 현지조사와 행정처분을 한번 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의료단체 관계자는 "5일 마감되는 자율점검제 제정안에 대한 의견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의 신뢰에 입각한 제도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제도 시행 후 행정처분 경감이 제대로 이뤄질지 봐야겠지만 정부를 믿고 가보자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 로펌과 컨설팅업체 내부에서는 요양기관 자율점검제 시행을 의료기관 및 약국의 블루오션으로 내다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일정 수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