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연세가정의원 이동수 원장(52, 연세의대)이 20년 전인 1998년, 처음 의원 문을 열면서 다진 마음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심이 옅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를 찾은 환자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도록 하자는 마음은 여전하다.
"경증질환자를 진료한다는 말은 애매하고, '흔한' 질환은 가정의학과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배웠다. 가정의학과 의사 한 명만 있으면 그 지역의 질환 90%는 담당할 수 있다는 철학이었다. 그것이 바로 주치의제였다."
가정의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기에 이 원장은 개원 초 비교적 간단한 외과적 시술(봉합, 포경수술 등)이나 골절 환자에 대한 깁스 치료 등을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원장은 시술 과정에서 미숙한 부분이 있다면 솔직함으로 맞서며 환자와 신뢰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개원 초 이 원장에게 포경수술을 받았던 고등학생이 아직까지도 이 원장을 찾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포경수술 후 발기가 된 상태에서 봉합을 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합병증이 생긴 것이다. 재수술을 했는데 녹는 실로 해버려서 다시 한 번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결국 포경수술 후 2번의 재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학생의 보호자는 큰 병원으로 옮기겠다며 크게 화를 냈지만, 학생이 나를 믿어줬다. 세 번째 수술을 하는 날 환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 친한 비뇨기과 전문의 친구를 불러 참관하게 했다."
두 번째 재수술을 한 시간은 밤 10시였다. 재수술을 연달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원장은 자신의 개인번호를 환자에게 공개하며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다. 이 원장은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하고 자신보다 더 전문가인 해당 분야 전문의를 불러 환자에게 신뢰감을 줬다.
"환자와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신뢰가 없으니 환자가 병원을 옮겨 다니는 것이다. 신뢰를 위해서는 솔직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90%를 확신해도 10%의 불안감이 있으면 다른 진료과 전문의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의 솔직함을 담은 진심이 통했을까. 20년 동안 한결같이 연세가정의원을 찾는 환자가 상당하단다.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덕분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입소문도 무시 못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
"5~6세 때부터 의원을 찾기 시작해 여전히 찾는 환자와 그 가족이 많다. 어릴 때는 반말을 썼는데 그 어린이가 결혼까지 하고 애를 안고 오기라도 하면 반말을 써야 할지 존댓말을 해야 할지 어색할 때가 있을 정도다. (웃음)"
학생 때부터 연세가정의원을 찾던 한 환자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편입해 이 원장의 의원으로 실습을 나오기도 했다. 30대 중반이 된 그 환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자격을 딴 후 봉직의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2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 원장도 개원 당시 패기 넘쳤던 초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게 우리나라 의료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 그도 개원 초부터 운영하던 엑스레이, 내시경은 포기했다. 간단 골절, 물리치료, 만성질환 관리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현재 의료체계는 주치의로서의 꿈을 실현하기에는 큰 벽이다. 주치의제를 위해서는 보건의료 시스템 자체를 아예 바꿔야 하는데 이미 기존 시스템에 적응이 된 상황에서 개혁은 쉽지 않다. 의사와 환자 모두가 만족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도 '게이트 키퍼'로서 역할은 확실히 하겠다는 마음만큼은 확고하다.
"나한테 오는 환자한테는 길을 안내해주려고 한다. 주치의 큰 역할 중 하나가 바로 게이트키핑이다. 내가 (치료를) 할 수 없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안내하는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