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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 불씨 살리려면…풀뿌리 연구비 늘려야"

발행날짜: 2018-07-02 12:00:55

이왕재 기초의학학술대회 조직위원장 정부 지원 강조

'한국도 노벨상을 받아보자'는 목표 아래 다양한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지만 막상 기초분야 연구원들은 연구비 부족으로 연구를 이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기초의학 분야는 특히 연구비가 없어 손가락만 빨고 있는 연구원을 종종 찾을 수 있다. 최근 열린 기초의학학술대회에서 만난 서울의대 이왕재 교수(조직위원장, 해부학교실)는 척박한 기초의학 연구환경을 지적했다.

먼저 이왕재 교수는 기초의학 분야 연구환경이 열악한 원인으로 성과 중심 문화를 지적했다.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기초를 경시하는 경향이 짙다. 성질이 급해서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애초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다."

의학도 마찬가지. 임상의학은 당장 제품 출시 등 수익과 직결되니 제약사에서 줄을 서서 연구비 예산을 지원하지만 기초의학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교수는 '풀뿌리 연구비'를 강조했다. 다들 꽃을 피우는 것에만 거름을 주느라 정신 없지만 사실 중요한 것을 꽃 주변에 있는 풀뿌리도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꽃 또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기초의학 연구자 중 정부의 연구비 예산을 지원 받는 비율은 5:1 수준. 즉, 5명 중 1명꼴로 정부 지원으로 연구를 이어갈 뿐 그 이외에는 연구비가 없어 연구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풀뿌리 연구비'를 증액하고 연구풍토를 바꿔보고자 청와대는 물론 각 부처를 돌며 발버둥 쳤지만 '범부처 사업단'이라는 명칭으로 여러 부처가 공동의 사업단을 꾸리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범부처사업단은 간판만 있을 뿐 연구자의 독립성을 지켜줄 수 없으니 무의미하다. 오히려 각 부처가 예산 투자를 이유로 서로 연구에 대한 지분만 주장해 효율성만 해치고 있다."

그의 말인 즉, 기초의학 연구의 문제는 총괄 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가령, 암·당뇨 등 질병 관련 연구는 복지부가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과기부가 진행하기도 하고, 이종장기이식도 의학과 깊은 연관이 있지만 산업화를 내세우며 산자부에서 가져가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산자부, 과기부에서 진행한 연구결과를 복지부 등과 서로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중복연구가 많아지고 결국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다. 그럼에도 각 부처가 첨예한 이해관계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 교수는 미국과 비교해 효율성을 높일 것을 주장하며 거듭 풀뿌리 연구비 확대를 강조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 United State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의 경우 보건의료에 관한 모든 연구를 총괄하기 때문에 연 4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면 중복연구를 최소화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40조 가까운 예산을 한곳에 몰아서 추진하는 미국과 1조원도 안되는 예산을 쪼개서 진행하는 한국이 비교가 되겠나. 지금이라도 부처별 이익을 내려놓고 총괄 부서가 맡아 '풀푸리 연구비'를 챙겨야 한다. 그래야 꺼져가는 기초의학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