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옥상에 올라가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난간을 스스로 넘어 뛰어내려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환자는 혈관성 치매를 앓고 있었다.
유족은 병원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다고 주장했고, 병원은 예견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맞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7민사부(재판장 김춘호)는 최근 유족이 경기도 수원시 A요양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병원의 책임을 15%로 제한했으며, 총 1543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 B씨는 밭에서 일하다 넘어져 안면부와 머리에 부상을 입고 대학병원에 입원, 안면부를 꿰매고 뇌출혈 증상 치유를 위해 뇌수술을 했다.
이후 B씨는 큰 병원에서 퇴원해 '열린 두개내 상처가 없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 혈관성 치매, 당뇨병' 증상으로 A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7개월이 지난 어느날 저녁, B씨는 병원의 개방된 옥상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210cm의 난간을 스스로 넘어 바닥으로 추락, 현장에서 사망했다.
유족은 "환자의 거동이 불편하고 판단능력이 온전치 않아 특별 보호 및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다"며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예상가능했음에도 옥상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거나 환자 관리 인원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A병원은 옥상출입을 밤 9시부터 아침 6시경까지 제한하고 그 외 시간에는 환자를 포함해 누구나 제한없이 출입이 가능했다. 옥상을 별도로 관리하는 사람도 없었다. 사고 당시 환자관리를 위한 병원 CCTV도 녹화가 되지 않는 등 고장 난 상태였다.
환자 B씨 진료기록부를 보면 다른 환자가 남긴 밥을 먹거나 다른 환자 간식 섭취했다고 기재 돼 있다.
병원 측은 "B씨가 입원할 당시 자살 시도나 우울증, 정신질환이 없었다"며 "사고 경위, 난간 높이 등을 고려할 때 환자가 스스로 병원을 탈출하고자 시도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예견할 수 없었고 환자 보호감독 의무를 해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병원 측에 과실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는 정상적인 판단력이 부족한 치매 환자로 비장상적 행동을 보여 홀로 방치 시 돌발행동 위험성 있어 보호조치 요한다고 할 수 있음에도 병원 옥상을 드나들며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와 같은 치매 환자가 병원 의료진의 관리감독이나 제한 없이 옥상에 출입하게 한 것에 의료진 과실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