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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직원 5명 중 1명 태움 "그냥 참고 넘긴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8-07-04 12:00:57

보건의료노조, 약 3만명 설문조사…응답자 중 90% 이상 "이직까지 고려"

병원 노동자 5명 중 1명은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들 대부분인 80%가 아는 사람에게 하소연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괴롭힘을 그냥 참고 넘기고 있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3~4월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조합원 2만96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병원의 갑질과 태움, 폭언폭행, 모성보호 실태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19.2%가 태움을 당한적 있었고, 90% 이상이 태움 때문에 이직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폭언, 폭행, 성폭력 중 폭언 경험이 가장 많았다. 66.2%가 폭언을 경험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환자나 보호자의 폭언이었다. 의사가 폭언을 하는 경우도 18.3%였다.

응답자 중 80 이상은 폭언, 폭행, 성폭력, 태움을 당해도 '참고 넘긴다'고 답했다. 직장 상사나 동료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요청한다 등이 뒤를 이었다.

병원의 갑질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절반에 가까운 48%가 갑작스럽게 근무시간이 바뀌는 경험을 했고, 휴가 강제사용도 당했다. 본인 업무가 아닌 업무를 강요당한 경험도 38%에 달했다.

이런 병원의 갑질을 경험한 보건의료 노동자 중 80% 이상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병원도 수익창출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인력에 대한 투자와 직원존중, 노동존중으로 병원 조직문화를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노동에서 병원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보완장치가 필요하고 형식적인 정부정책이 아니라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제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직원안전, 환자안전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인력법 제정, 모성정원제 시행이라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수년동안 자행돼 왔던 병원 갑질은 이제 병원 스스로가 뿌리 뽑아야 한다"며 "병원조직이 건강할수록 그 안에서 일하는 많은 직원들도 건강하고, 환자도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인력은 곧 환자의 안전과 생명"이라며 "병원인력 확충으로 환자의 안전과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모성보호 사각지대에 내몰린 병원 여성노동자의 모성보호 권리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