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익산에서 벌어진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의 공분이 거세지면서 의료인들이 결국 경찰청 앞으로 모인다. 의료인 폭행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과거 전국 의사 총 궐기대회 등과 달리 이번 집회는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와 의료기사까지 힘을 뭉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하지만 급하게 구성된 집회를 두고 기회론과 신중론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의료기관내 폭력 근절 범 의료계 규탄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되는 이번 규탄대회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의 개회사로 시작해 김철수 대한치과의사협회장,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대한응급의학회의 연대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폭력 근절을 위한 의료인들의 요구와 바람을 담은 결의문을 마련해 이번 집회에 참가자들과 함께 이를 채택한다.
이번 집회를 통해 의협은 의료기관 내 폭력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제고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과거 두차례에 걸쳐 진행된 전국 의사 총 궐기대회나 이대 목동 병원 의료진 구속 규탄 집회와 달리 이번 집회는 의사 외 직역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를 위해 의협은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해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물리치료사협회 등 의료기사 단체에 협조를 당부하며 범 의료계 행사로 규모를 확대하는데 막판까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기관내 폭력은 단순히 의사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의료인들의 하나된 목소리를 통해 보다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렇듯 폭행 사건이 일어난지 일주일여 만에 긴급 규탄대회가 진행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기회론과 신중론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이번 기회에 의료인 폭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법률 강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
이를 뒷받침하듯 전국의 시도의사회는 물론 대한공보의협의회, 병원의사협의회 등 각 직역, 지역 의료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과거 의사 폭행 사건이 단순한 벌금형 등으로 그치며 주목받지 못했던데 반해 이번 사건은 전국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완전히 판을 바꿔야 한다는데 힘이 모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탄대회를 비롯한 여론전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 대책, 사회적 인식 개선은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일이지만 지나치게 앞서 나가게 되면 오히려 반감이나 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 임원을 지낸 A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규탄과 더불어 의료인 폭행에 대한 인식 개선과 대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한번에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앞서 나가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집회 장소를 경찰청 앞으로 잡은 것은 자칫 경찰에 압박을 준다거나 공권력을 타깃으로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점을 흐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며 "서둘러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명확하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대책의 골자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