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이 병원급 의료기관의 스프링클러 의무화를 골자로한 소방시설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병원계가 울상이다.
이는 올해 초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건 후속대책으로 시행될 경우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방염처리물품 사용 등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앞서 지난 2015년 요양병원 화재사고가 터진 이후 국민안전처는 요양병원에 대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요양병원계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느라 애를 먹은 바 있다. 이처럼 화재사고만 터지면 소방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정부에 대해 병원계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열악한 병원계 현실을 토로하며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정 회장은 "당장 중소병원은 경영악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스크링클러 의무화는 비용적으로 물리적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당장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를 진행하려면 장기간의 환자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천정해체 및 배관연결, 물탱크 설치 등 대대적인 공사로 장기간의 외래 및 병실 운영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중환자실, 음압격리병실, 수술실 등 특수병실은 다른 장소로 대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입원실의 경우 공사로 인한 소음과 공해로 공사를 실시하는 해당 층 이외에도 위, 아내 층을 모두 비워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병원 진료가 올스톱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 회장에 따르면 100병상이상 병원의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은 약 10억원. 간이 스프링클러도 최소 5억원은 소요된다.
문제는 자금 유동성이 낮고 채무비율이 높은 중소병원 입장에선 병원 자체적으로 소방시설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사실이다.
정영호 회장은 "상당수 중소병원이 대대적인 공사에 쏟아 부을 만큼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며 "특히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로 장기간 진료기능의 축소로 재정이 악화될 것을 감안할 때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행 소방시설법령에 따르면 종합병원 및 병원급 의료기관은 6층 이상과 지하층, 무창층(창이 없는 층)이거나 바닥면적 합계가 600㎡이상인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은 4층이상으로 바닥면적이 1000㎡이상일 경우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되고 요양병원 및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바닥면적 합계가 600㎡미만인 경우에는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도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입법예고한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바닥면적 합계가 600㎡이상인 병원급 의료기관은 모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바뀌었다.
바닥면 합계가 600㎡미만인 병원급 의료기관은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도 되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병원급 의료기관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바뀔 전망이다.
기존 의료기관은 건물의 구조와 안전성 등의 문제가 있는 만큼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도 인정하고 동시에 3년간 유예기간을 준다고 하지만 시간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게 병원계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영호 회장은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공사기간 중 진료비 수입이 감소하는 것을 고려해 운영자금 융자지원을 동시에 추진해야한다"면서 "유예기간도 3년에서 더 늘려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