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없는 경우, 환자 의식이 없는 경우 사망 직전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은 어떻게 해야할까.
최도자 의원실과 대한병원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5개월,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이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연명의료법에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2인이상의 일치하는 진술 혹은 가족 전원합의 등 환자 '가족의 의사'를 기준으로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부분을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도록 개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무연고자에 대한 연명의료와 관련해 의사의 판단 혹은 병원윤리위원회의 판단으로 결정하거나 부족한 경우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등의 판단을 감안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반면 환자단체 등 일각에선 시행 5개월 밖에 안된 제도로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주제발표를 맡은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이 법은 제정 당시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행 5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지킬 수도 없고, 지키지도 않는 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환자의 가족 중 2인이상이 일치하는 진술하거나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한다는 등의 조항 때문에 현장에서 법을 이행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며 "이를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일본의 경우 가족의 의견 대신 환자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전담팀과 가족이 상의해서 결정하고, 최근 개정을 통해 가족의 범위를 친족관계만을 뜻하지 않고 넓은 범위의 사람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며 가족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이어 "현행 법에서는 무연고자에 대한 연명의료는 적용할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개정을 통해 보완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 김선태 대외협력 부위원장은 허 교수의 발표에 동의하며 "무연고자 이외 가족과 단절된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단국대 이석배 법과대학 교수 또한 "임종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은 의사가 판단하면 된다. 실제로 독일 등 해외의 사례에서 보더라도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우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백수진 부장은 "이와 관련해 하루 500여통의 문의전화가 올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며 "DNR합법성 및 연명의료 결정 지정대리인 도입 여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독거노인 등 가족과 연결이 어려운 경우 병원윤리위원회서 대리결정 여부를 검토하는 등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논의를 확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시간을 갖고 제도를 만들어 갈 것을 주장했다.
한편, 이날 허대석 교수는 연명의료결정제도와 관련해 의료 현장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얼마 전 고령의 노인환자가 앰블런스를 타고 휠체어에 실려 내원했다. 이유는 호스피스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해당 병원이 연명의료계획서 서류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해당 호스피스병원에선 서류작성이 제한돼 있는 아이러니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양병원 상당수가 윤리위원회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연명의료결정 등록기관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뿐만아니라 환자가 타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것을 열람조차 못하게 돼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환자가 사전에 연명의료에 대해 서류를 작성했더라도 대형 대학병원 이외 대부분의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좌장을 맡은 석희태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현재 최도자 의원이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 자리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수렴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