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 규제 완화 등 선물보따리를 풀어 놓을 것을 두고 병원계는 적극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의료산업 및 의료계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의료산업 관련 규제방안을 제시한다고 했을 때에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 놀랐다"고 반겼다.
중개연구를 지속해온 모 대학병원 한 교수는 "이를 계기로 의료기기 산업 외 신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모 대학병원장은 "드디어 청와대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며 "지금까지 대형 대학병원 중심의 연구중심병원이라 늘 아쉬웠는데 이를 계기로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환영했다.
이는 연구중심병원과 연구의사 역량을 키우고 의료기기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의료기술 연구와 실용화를 막는 제도적 장벽 해소에도 힘을 싣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산병협력단 등 병원의 의료기술 특허 사업화 및 창업 지원을 전담할 수 있는 자체조직 설립을 허용해 '산병연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또 연구중심병원을 지정제에서 인증제로 전환, 연구중심병원을 육성하고 지역거점병원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방병원의 연구역량도 높이도록 했다.
"진료 수익에 연구까지 교수들 희생 강요할라"
하지만 일선 임상 교수들은 추진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혁신 방향은 맞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의료현장과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계에서 수년 째 주장했던 연구의사 양성체계 강화를 추진, 연구역량을 갖춘 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부터 신진·중견의사 단계별로 임상 연구의사 양성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복지부와 과기정통부가 진료시간을 단축해 연구시간을 보장하고 의사가 병원과 정부로부터 연구 공간, 장비, 연구비를 제공받아 연구자로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또 대학 내 임상의사와 기초연구 과학자와의 협업 연구를 활성화하고자 기초의과학 분야 대학원이 설치돼 있는 대학에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MRC, 35개)에 병원 임상의사 30%이상 참여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은 의료계의 의견이 적극 수렴된 것으로 이상적인 환경임에 분명하지만 문제는 의료현장이 이를 실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모 대학병원 교수는 "당장 최근 대학병원은 전공의 특별법 시행에 따라 교수 상당수가 당직을 서는 등 업무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교수 개인의 희생만 강요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상교수는 "임상 교수들은 진료를 통한 병원 수익창출에 떠밀려 허덕이고 있는데 이중 30% 이상 중개연구 참여를 의무화하라고 강요한다고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사실 이는 정부가 통제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자칫 창의성을 해칠 수 있다. 몇년간 결과물을 기대하지 않고 꾸준히 지원하며 기다려주는 것인 최선"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원로 교수는 "대통령의 관심도 좋고 방향도 좋은데 이 또한 연구중심병원이 매출을 얼마나 냈는 지 등 성과에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임상교수들이 진료를 통한 수익창출 이외 연구를 통한 수익창출까지 내몰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