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체계 개편 협의체 구성 등의 성과를 거두며 첫 단추를 끼운 의정실무협의체가 4차례 회의만에 삐걱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3시간여에 걸친 논의에도 불구하고 단 한가지도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며 성과없이 실무협의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25일 어린이집 안전공제회에서 제4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의정실무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바로 직전 3차 회의에서 심사체계 개편에 대한 극적 합의를 이뤄낸 직후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았다.
1차 의정협의체를 비롯해 2차 협의체가 진행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합의문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사실상 첫 성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실마리가 풀려가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협의체를 포괄적 의-정 창구로 확대하는 안을 두고 의협과 복지부의 의견이 크게 갈라섰기 때문이다.
이날 의협은 작정한 듯 모두발언부터 협의체를 포괄적인 의정협의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단순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한정하지 말고 정부 정책의 광범위한 부분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창구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강대식 의협 협상단장은 "협의체가 현재 유일한 의-정간에 논의기구인 만큼 이를 포괄적 협의체로 확대했으면 한다"며 "계속해서 의료 현안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협의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에 대해 난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현안인 보장성 강화 정책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협의체 내에서 풀어낼 수 있는 부분들부터 풀어내자는 입장이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협이 제안한 부분들도 중요하다고 공감하지만 협의체의 근본 목적은 보장성 강화에 대한 큰 틀의 협의"라며 "심사체계 개편 등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갔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렇듯 의협과 복지부가 의정실무협의체의 역할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이날 회의도 끝내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돌아서야 했다.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셈이다.
이로 인해 협의체 회의시 빠지지 않았던 공동 보도자료와 브리핑도 모두 생략됐으며 의협과 복지부는 회의가 끝난 후 각자의 자리로 서둘러 돌아갔다.
복지부 관계자는 "많은 논의를 나눴고 합의를 본 부분도 있었지만 합의문이나 보도자료를 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조금 더 조율과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협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과거 의료발전협의체와 같은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취지의 제안이었으며 실무협의체에서 이러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장차관과의 만남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발전협의체와 같이 포괄적 논의를 하는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제안했고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도 이뤘다"며 "하지만 실무진 선에서 확대 논의 자체가 힘들다는 답변이 나왔고 결국 과거와 같이 장차관관의 만남 등을 통해 합의를 이루는 방안들이 필요할 듯 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에 대해 난감한 표정이다. 이미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논의를 기치로 만들어진 협의체를 지금와서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입장.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에서 요구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별개의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이 협의체는 태생 자체가 보장성 강화를 논의하기 위한 것인 만큼 별도의 쟁점이나 이슈가 있다면 별도의 구조에서 다뤄지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의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의협도 집행부 차원에서 다시 논의가 필요하 것"이라며 "다음 회의 일정을 잡지는 않았지만 상의해서 오지 않겠나"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