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전국을 뒤흔든 발사르탄 사태가 정리되기도 전에 또 다시 같은 제품에 대한 발암 물질 파동이 일어나면서 일선 의료기관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밀려드는 문의와 후속조치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일방적인 발표에 일선 의사들의 부담감만 커지고 있다는 불만섞인 목소리다.
A내과의원 원장은 6일 "오전에 해당 내용을 접하고 처방약 정보를 모두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갔다"며 "병원 비상연락망을 통해 환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동요를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발사르탄 사태가 일어난지 한달만에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환자들의 동요가 생각보다 심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우리는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놔서 덜하지만 일선 의료기관들은 업무가 마비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식약처는 6일 오전 국내 수입 또는 제조되는 발사르탄 품목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제조 발사르탄에서도 발암 가능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관련된 22개사 59개 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판매와 제조, 처방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 의료기관들은 깊은 탄식을 내쉬고 있다. 특히 이러한 발표가 월요일 오전에 급작스레 나오면서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B내과의원 원장은 6일 "오늘 오전에 일부 매체의 보도를 통해서야 발사르탄 추가 판매 중지 조치를 들었다"며 "어떻게 이러한 중요한 정보를 의사가 언론을 통해 들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장 처방약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 의사인데 그 흔한 협조 요청이나 공문조차 오지 않았다"며 "알아서 약 바꿔주고 환자 다독이고 하라는 의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 의사들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미 1차 발사르탄 사태때 일선 의료기관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겨우 수습한 상황에서 식약처가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C내과의원 원장은 "월요일 오전에 이를 발표했다는 것은 적어도 지난주 목요일, 금요일에는 해당 내용이 작성돼 있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적어도 의협이나 의학회 등 의료계와 상의해 후속조치를 준비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금 식약처의 일방적 발표는 무작정 판매, 처방 금지를 발표해 놓고 나머지는 의사들이 알아서 조치하라는 태도 아니냐"며 "정부가 허가한 약 처방해준 의사들이 대체 무슨 죄냐"고 되물었다.
이로 인해 여론도 이번에는 정부의 책임을 묻는 기류로 흘러가고 있다. 일선 포털과 언론사, 소셜네트워크에서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몇차례나 같은 사안으로 발표가 이어지면서 과연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일부에서는 정부와 제약사의 불법적인 커넥션까지 의심하는 의견도 새어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다. 환자들을 위해 의사로서 조치를 다하겠지만 식약처 등 정부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의협은 "협회와 의료기관들은 이번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이를 위해 앞장서 노력할 것"이라며 "하지만 전과 같이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를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국민들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정부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지속적인 사태 발발에 대해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복제약 생동성 실험 및 약가 구조와 더불어 식약처 전면 개편 및 식약처장 사퇴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