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이례적으로 백일해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해당 지역 의료진 및 의학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의료계 및 보건당국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에 백일해 환자 발생 건수가 올해 상반기에만 400건을 넘겼다. 이는 10년전인 2008년도 9명에 그친 것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08년도만 해도 백일해 발생 건수는 9건에 그쳤다.
하지만 2012년도 230건으로 급증한 이후 2015년도 205건, 2016년도 129건, 2017년도 318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494건을 기록하며 증가추세로 접어들었다.
특히 올해는 경남 부산지역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경남도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올해 경상도 지역에서 백일해 환자가 급증해 원인을 분석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3년 주기로 유행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일해의 임상 증상은 가벼운 기침부터 호흡곤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기침하는 것이 특징으로 영아의 경우 호흡곤란, 경련, 무호흡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의 경우는 대개 가볍게 지나갈 수 있지만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백일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의학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된 바 있다.
그렇다면 최근 백일해 환자가 급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국내 백일해 질환 분야 전문가들은 청소년, 성인에 대한 백일해 예방접종이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지금까지 백일해는 생후 2~6개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필수 예방접종을 실시하기 때문에 충분히 면역력을 갖췄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해당 질환에 대해 잘 모르는 얘기.
백일해는 특성상 감염된 환자도 7년을 못넘기고 재발할 수 있으며 예방접종 효과는 5년을 못넘기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즉, 영유아 예방접종 하는 것만으로는 백일해 유행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에서는 성인 백일해 환자가 급증해 문제가 되면서 성인 예방접종율 높이기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또 다른 이유는 최근 PCR 진단기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에서 호흡기 질환을 지닌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PCR검사를 실시하는데 여기에 백일해 진단이 포함되면서 기존에는 몰랐던 환자를 발견해낸 것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강진한 교수는 "올해 초에만 입원을 필요로하는 백일해 진성환자가 2명이 있었다"며 "모두 생후 2개월 이전의 소아환자로 가족 내 감염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질병관리본부 차원에서도 DPT위원 소집을 검토하는것으로 안다"며 "백신 개발과 더불어 청소년 및 성인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백일해 급증에 따른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소위 약발이 떨어진 백신을 다시 개발하는 것과 함께 예방접종율을 높이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고있다.
현재 백일해 백신은 GSK, 사노피가 개발한 것으로 최근 학계에서는 해당 백신의 방어력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새로운 백신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감염학회 및 백신학회장을 역임한 강진한 교수는 "기존에 상용화된 백신은 시간이 흐르면서 해당 균이 유전적 변형을 일으켜 방어력이 낮아짐에 따라 개선백신(인프루브 백신)개발이 필요해졌다"며 "마침 녹십자에서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으로 내년 임상3상에 돌입, 이르면 내년말경 상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현재 녹십자가 개발 중인 백신은 방어력을 높인 개선백신으로 성공할 경우 세계에서 3번째 출시하는 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영국 등 유럽의 사례처럼 1940년 수준으로 백일해가 유행하지 않으려면 선제적으로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해야한다"며 "안일하게 대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