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2기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구성을 선언하고 배수진을 치면서 의정관계에 파고가 예상된다.
특히 현재 복지부와 의협이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주요 협의체만도 상당수라는 점에서 과연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제2기 의쟁투 구성을 선언하고 오는 9월까지 의정관계에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경우 강경 투쟁에 돌입한다고 공언했다.
급진적 보장성 강화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을 위해 청와대와 정부, 국회, 의협이 함께 하는 논의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면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경고다.
최대집 회장은 "제2기 의쟁투 조직화를 통해 투쟁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의료계는 집단 행동을 결행할 수 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최 회장이 다시 강경론을 내세우며 사실상 투쟁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과연 의정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의협과 복지부가 진행 중인 의정실무협의체를 비롯해 최근 논란을 딛고 가시화되고 있는 의료현안협의체 등 의료계와 정부가 마주 앉은 협상 테이블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MRI 급여화 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비롯해 의정협의의 첫 결과물인 심사체계 개편 협의체도 가동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단순히 보장성 강화 정책을 넘어 심사체계 개편과 의료인 폭력 대응, 스프링클러 등과 같은 현안들이 실타래 처럼 얽혀 있는 상황.
결국 의협이 예고한 대로 강경 투쟁 노선을 본격화하고 의쟁투를 통해 집단 행동에 나설 경우 이 모든 협의체의 운영에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
의협 임원을 지낸 A원장은 "지금 사실 의협과 복지부 모두 자의반 타의반으로 너무 발을 깊게 담구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군가 명분을 제공해 또 다시 협의가 결렬된다면 겉잡을 수 없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의협이 강경 투쟁을 망설일 수 밖에 없는 부분도, 복지부가 억지 춘향으로 테이블에 앉아있는 것도 이러한 위험을 알기 때문"이라며 "결국 누가 명분을 주냐의 싸움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안건별로 투쟁과 협상을 진행하는 트랙별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만약 보장성 강화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의정실무협의가 결렬되더라도 심사체계 개편 협의체 등은 유지하며 논의를 이어가는 일종의 투트랙 방식이다.
의협 관계자는 "협의체 별로 논의 안건이 다르다는 점에서 한번에 합의를 하거나 결렬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며 "협의체 별로 투쟁과 협상을 병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강경론을 꺼내 놓은 최대집 회장도 이러한 우려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의쟁투 구성 등은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대집 회장은 "의쟁투 구성과 집단 행동과는 무관하게 심사체계 개편 협의체나 의정현안 협의체 등은 진행할 것"이라며 "지금 의료계는 잘못된 보장성 강화 정책을 비난하는 것이지 이 모든 것들을 무위로 돌리자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각 협의들은 별도로 진행해 갈 것이며 안건별로 정부의 태도에 따라서 대응 방식에 차이를 둘 수는 있다"며 "다만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대화를 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도 굳이 구걸해 가며 협의체를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