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갈지자 행보에 상급종합병원장 및 중소병원장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이미 병원계를 대변하는 단체가 있고 해당 정부기관 및 관련 단체와 협의를 이끌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협회의 돌발 행보를 보이자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급기야 대한병원협회 임영진 회장(경희대의료원장)과 상급종합병원협의회 김영모 회장(인하대병원장),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좋은꿈 한림병원장)은 16일 저녁, 인천 모처에서 만나 최근 의사협회의 돌발 행보에 강력 대응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4일, 의사협회가 응급실 의료인 폭력사태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면서 42개 상급종합병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
의협은 응급실 의료인 폭력사태와 관련 건의문 및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42개 상급종합병원장이 이에 뜻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측은 "동의한 바 없는 일이다. 이는 엄연한 사칭"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의사협회의 뜬금포 행보가 중소병원 관련 현안으로 이어지면서 중소병원협회까지 발끈하기에 이르렀다.
의사협회가 16일, 간호사 인력난 해소·병상간 이격거리·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등 최근 중소병원 관련 현안에 대책을 논의한다며 (가칭) 지역병원협의회를 구축,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병원계는 "최근 각 현안에 대해 안간힘을 다해 실마리를 풀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협회가 초를 치는 격"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이미 각 협회가 있고 각 현안별로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의사협회가 의료계 대표단체라는 명목으로 돌발 행보를 보이면 될 일도 안 된다"며 언성을 높였다.
정 회장은 의사협회의 대안 없는 문 케어 저지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무작정 문 케어를 반대하는 것은 명분도 없을 뿐더러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차라리 정당하게 보상받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방식이 돼야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의사협회가 실질적으로 대정부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도 아니면서 섣불리 나서 오히려 일을 그르치고 있다"며 거듭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병원계 한 인사는 "의사협회는 의료계 각 협회와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무리수를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 같은 행보는 의협의 외면을 확장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상급종합병원협의회와 대한중소병원협회는 조만간 공동으로 입장문을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