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약에서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되면서 제네릭(복제약)에 대한 괴담이 다시 불붙고 있다.
병의원들이 중국산 원료 발사르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붙이는가 하면 일부 제약사들은 국산 원료를 강조하고 나섰다.
공교롭게도 '중국산'과 '저가 원료', '제네릭(복제약)' 등의 단어가 결합하면서 제네릭은 오리지널 대비 열등하다는 이미지를 생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괴담 수준의 포비아와 더불어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공동생동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제한이 대안으로 조명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제네릭의 난립이 '값싼', 그리고 '중국의', '저가 원료'를 찾으며 품질 저하로 이어졌고, 그런 일련의 원가 절감 과정이 발암 가능 물질 검출로 이어진 만큼 제네릭 품목 수를 엄격히 제한하자는 논리다.
제네릭의 난립이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황당하지만 공동생동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제한의 주장은 애초에 품질 이슈와 거리가 멀다.
지난해 말 제약바이오협회는 공동생동·위탁생동 허용 품목을 원 제조업소를 포함해 4곳(1+3)으로 줄이는 방안을 식약처에 건의했다. 공동·위탁생동으로 인한 '무더기 품목 허가'가 과당 경쟁과 이로 인한 리베이트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품목 수를 줄이자는 게 골자였다.
업체 진입장벽 개념으로 공동생동 규제 논리가 태동한 만큼 이를 수용한다고 해도 품질 이슈는 그대로 남는다. 아니 악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단독으로 생동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제약사의 원가 절감 당위성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공동생동 이슈가 품질 제고 기전으로 작동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발사르탄 혼입물 검출 사태의 근본 원인은 원료나 성분 자체가 아니라 제조 공정상 부산물의 생성과 이를 측정할 수 있는 검출법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발암 가능 물질로 지목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은 발사르탄 성분 자체가 아닌, 제조 공법상 용매가 특정 화학적 작용으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주하이 룬두사 원료 제조공정과 다른 대봉엘에스 제품에서도 NDMA가 검출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NDMA는 검출 방법론이 부재한 데다가 업체가 제조 공법을 바꾸면서 NDMA가 생성, 혼입됐다. 공교롭게도 '값싼', 그리고 '중국의', '복제약의 원료'가 결합됐을뿐 이는 NDMA 혼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물질은 상태에 따라 혼합물과 화합물로 나뉜다. 화합물은 2개 이상의 다른 원소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성질의 물질이 된다. 산소와 수소가 만나 만들어지는 물(H2O)은 실험실에서 합성해도 역시 물이라는 그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복제약도 마찬가지. 오리지널 약과 같은 성분, 화학식으로 합성한다면 화학적 의미에서 복제약과 오리지널간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동등성(Bioequivalence)을 따질 때 성분 대신 흡수의 양과 속도를 살피는 것도 그 이유다. 원료 의약품이 중국산이든 저가이든, 제네릭에 쓰이든 같은 원소들이 같은 화학식으로 합성됐다면 이들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발사르탄 문제의 핵심은 오리지널/제네릭, 국산/중국산, 고가/저가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오리지널에서도, 국산에서도, 고가에서도 NDMA 혼입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뜻이다.
결론 역시 자명하다. BMW 엔진에 발화가 발생하면 엔진의 시험 검사 방법과 내구성 기준을 강화하면 된다. 갤럭시 배터리의 발화사고를 막기위해 필요한 건 배터리 안전성 검사 기준의 강화다. 엔진 개발 업체 수를 줄이고 공동 연구를 줄이고 MOU를 줄여야 품질이 올라간다고 말한다면 설득력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