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카드사들이 대학병원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일제히 인상하면서 경영진들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지고 있다.
급여화 정책으로 수익성이 극도로 낮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카드 수수료마저 인상되면서 마른 수건을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A대학병원 보직자는 22일 "주요 카드사들이 일제히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손실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우선 관련 부서에서 추계를 진행하는 중이지만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상급병실 급여화와 선택진료비 폐지 등으로 가뜩이나 손실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설상가상으로 수수료 부담까지 높아졌다"며 "어떻게 풀어나갈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A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 카드사들이 일제히 수수료 인상을 가시화하면서 대학병원들은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카드사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한 대책으로 대학병원 등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인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수료 산정방식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되면서 소액 결제 가맹점 수수료를 내릴 경우 어쩔 수 없이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올려야만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적게는 0.1%대에서 많게는 0.2%까지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상태다.
B대학병원 보직자는 "이미 일부 카드사는 수수료를 인상해 손실이 진행되고 있다"며 "수치상으로 보면 0.1%가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대학병원에서는 엄청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병원별로 많게는 한달에 1천억원의 수입이 잡힌다는 점에서 0.1%만 인상된다 해도 1억원대의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학병원의 수익성이 1~5%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많게는 수익성의 10%를 카드 수수료로 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린 이유도 있다.
B대병원 보직자는 "문제는 카드 수수료가 거의 1~2년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수익의 대부분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러한 카드 수수료 인상에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환자 편의와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카드사와 협상을 하는 것도 쉽지 않는 부분.
결국 수수료 인상을 통보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불만은 점점 더 쌓여만 가고 있다.
A대병원 보직자는 "문제는 병원비 정산의 99%가 카드로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막말로 우리 병원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환자에게 현금 계산을 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그는 "더구나 한 카드사가 수수료를 올린다 해도 당장 그 카드 가맹을 해지하고 환자들에게 '00카드는 안받습니다'라고 고지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이래 저래 대학병원은 봉이 아닐 수 없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