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 1등급 의료기관이 전보다 대폭 늘어났지만, 의료 질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질적인 중환자실의 의료 질을 평가한 것이 아닌 장비 측면에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심평원은 중환자실 입원 진료가 발생한 282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2차 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64개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38개, 종합병원 26개)이 '1등급'으로 분류됐다. 종전 평가에서 12개 의료기관 만이 1등급으로 분류됐던 것을 고려하면 중환자실의 의료 질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1등급으로 평가받은 의료기관들은 중환자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앞 다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지난 1차 평가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의료 질을 파악할 수 있는 평가는 아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평가 자체가 중환자실 진료 과정을 평가하는 지표보다 시설과 장비, 인력 구성 여부를 평가하는 구조지표에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2차 중환자실 평가지표는 인력·시설 등을 평가하는 구조지표 4개와 진료관련 지표 3개 총 7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특히 중환자실 평가를 진행한 심평원 조차도 2차 평가에서는 '전담전문의 배치 여부' 등 구조지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전담전문의 배치 여부 지표 점수에 가중치도 부여한 것.
심평원 관계자는 "1등급 의료기관 증가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전담전문의 배치 여부였다"며 "이 때문에 이번 평가에서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배치 등 인력과 관련한 지표의 가중치를 뒀다. 종합병원의 1등급 의료기관 수가 많이 늘어났는데, 의료법 상 의무가 아님에도 전담전문의를 배치한 의료기관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구조지표 중심의 중환자실 평가는 제대로 된 의료 질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A대학병원 한 교수는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은 1등급으로 분류됐다. 전 평가 지표와 동일한 측면도 있지만 구조 지표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며 "전담의 배치는 상급종합병원은 당연한 것이다. 이 부분에 가중치를 뒀으니 대형병원의 큰 변별력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지표에 집중한다면 의료기관 인증평가와 다를 바가 없다"며 "진료 과정과 결과를 살펴 볼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경기도 B종합병원장은 "이번 평가에서는 전담의와 간호사만 제대로 배치하면 1등급이 나오는 구조였다. 안전을 위한 시늉만 하는 정도"라며 "호주나 일본 등의 중환자실 기준과 비교하면 훨씬 못 미친다.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의 중환자실을 요구하려면 정부의 제대로 된 투자나 지원을 우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