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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수순 밟는 한의협…속수무책 끌려가는 의사협회

발행날짜: 2018-09-06 12:00:59

의료일원화 논의 사실상 한의협회장 로드맵 그대로 차용…의료계 "주도권 상실" 비난

수십년간 결론을 내지 못했던 의료일원화 논의가 대한한의사협회의 주도로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일명 '최혁용 안'이 단계적으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것.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초안을 둘러싼 내분과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탄핵 부메랑이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의한정협의체를 열고 의료일원화와 관련한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다.

3자 모두 합의문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이미 초안은 알음알음으로 상당 부분이 공개된 상태.

합의문 초안은 2030년까지 면허 제도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와, 중간 단계로 교육과정을 통합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의료일원화 통합을 위한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로드맵을 마련하는 안도 담겼다.

여기에 난제 중 하나인 기존 면허자들에 대한 연착륙 방안 등도 초안에 개략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는 상당한 혼란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포함된 논의가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도권은 확실하게 한의계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초안을 살펴보면 이는 대한한의사협회가 오랫동안 준비한 로드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여기에 최근 한의협 수장으로 취임한 최혁용 회장이 마련한 일명 '최혁용 안'이 사실상 그대로 인용됐다.

최혁용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의료일원화를 최대 화두로 꺼내며 임기 내 중간 단계의 일원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그는 중국식 일원화를 제시했다. 의대와 한의대를 존치하며 의사와 한의사의 교육 과정을 서서히 겹쳐지게 만들어 실질적인 업무 구분의 장벽을 없애는 방식이다.

이후 자연스럽게 면허를 통합하며 일원화를 이루는 것이 최혁용 안. 이를 위해 그는 정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이 안에서 의사화 한의사의 통합 역할과 기존 면허자에 대한 문제들을 논의해 가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로드맵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취임 간담회에서 "의료일원화의 중간 단계로 의사와 한의사의 공통된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 첫번째이며, 두번째는 정부가 함께 하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후 교육 프로그램을 서서히 통합해 공통 업무들을 만들어 간다면 의료일원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이후에도 그는 수많은 방송과 매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방안을 다듬어가며 한의계 중심의 의료일원화 논의를 위한 로드맵을 구체화시켜 왔다.

의료기기 사용 허가 문제를 지속적으로 주장한 끝에 의한정협의체 구성을 이끌어 내고 이 안에 이 로드맵을 녹여내는 빅픽처를 끊임없이 그려왔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일원화 논의는 상당 부분 이러한 빅픽처가 흡수되고 있다.

합의문에 명시된 의료일원화 통합을 위한 발전위원회는 그가 제시한 정부-의협-한의협이 참여하는 로드맵 위원회를 사실상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기존 면허자에 대한 연착륙과 의대-한의대로 교육기관은 이원화하되 교육과정을 서서히 통합해 간다는 합의문 초안의 방식도 한의협이 그려놓은 로드맵의 중간 단계다.

한의대를 점차적으로 폐쇄하고 단일 면허체계를 고수하되 일종의 전문과목 중 하나로 한의사를 흡수 통합한다는 의료계의 지속적인 주장과는 사실상 전면 배치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신중하게 내부 의견 수렴을 거치고 혹여 회원들의 반대가 지속된다면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상당 부분 한의협의 의도대로 끌려 들어갔다는 점에서 사실상 주도권은 상실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의협 임원을 지낸 A원장은 "합의안을 보면 한의협이 그동안 주장했던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며 "사실상 한의협이 혼자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의료계가 주장했던 부분들은 1%도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미 한의협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들어가 있다는 의미"라며 "완전히 주도권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무슨 합의를 하느냐. 최대집 회장이 추무진 회장에게 날렸던 탄핵 부메랑을 몇배로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말 그대로 아직 초안일 뿐 합의문이 도출된 것도 결정된 것도 없다"며 "무분별한 추측과 예측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고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되면 의협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