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만에 의료급여 환자 혈액투석 정액수가제 고시를 이뤄낸 대한투석협회가 다음 수순으로 불법 투석기관을 정조준했다.
환자들을 힘들게 했던 하나의 장애물을 걷어낸 만큼 이제는 사회적 문제인 불법 투석기관 문제를 협회 차원에서 적극 제재하겠다는 의지다.
대한투석협회 정윤철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은 9일 코엑스에서 열린 추계 학술대회에서 이같은 계획을 설명했다.
협회 김성남 부회장은 "지난 8월, 20여년간의 숙원이었던 의료급여환자 혈액투석 정액수가제 고시가 일부 개정됐다"며 "건강보험 가입자들에 비해 상대적 차별을 감수해 왔던 의료급여환자들의 불편이 크게 해소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또한 의도치 않게 행정조치 대상이 되면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던 일부 회원들의 고충도 해결되는 성과를 거췄다"며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이뤄진 정책적 접근에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움직임에 맞춰 협회가 해야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며 정책에 발 맞춰 노력하겠다는 의지.
김 부회장은 "수가 개선이 의사들 주머니 얘기로만 모아져서는 안 된다"며 "수가가 올라가면 진료의 수준도 올라가야 하며 이는 곧 질향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부도덕한 요양병원과 불법 사무장병원 등 질을 낮추는 주범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투석협회도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이에 대한 척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투석협회는 우선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렇게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색출하고 이에 대한 처벌 근거를 제시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비록 자율징계권이 없어 처벌을 내릴 수는 없지만 불법 기관들이 제재를 받을 수 있도록 협회의 활동을 펼치겠다는 것.
정윤철 이사장은 "불법이 확인되면 행정조치나 경제적 제재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전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에 맡겨야 한다"며 "또한 현재 자율징계권이 없다는 점에서 이를 자체 징계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정부가 이에 대해 움직일때 근거를 제공하고 불법 여부를 확인하며 적극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관을 제보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며 "이러한 방법을 통해 지역 내에서 질 낮은 기관들이 퇴출될 수 있도록 사회적 역할을 하겠다"고 못박았다.
최근 신장학회 등과 함께 추진중인 우수 인공신장실 인증제도도 이러한 역할의 일환이라는 것이 투석협회의 설명이다.
질 낮은 기관에 대한 전방위적 제재가 이뤄지고 이러한 인증제가 자리를 잡아가다 보면 결국 사회적으로 안정된 투석 환경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김성남 부회장은 "인공신장실 인증제 첫 해에 우리 협회 임원들도 탈락하는 등 합격률이 50%도 되지 않았다"며 "이렇게 엄격하게 질관리를 하다보면 결국 환자들도 인증을 받은 병원이 얼마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인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의사를 중심으로 아무리 이야기를 해봐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덜 불편할지 환자들이 뭘 원하는지를 파악해 제공해야 서로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