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일원화 논의를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극한 갈등을 빚으면서 사실상 의한정협의체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한정협의체가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법안에 대한 완충 조건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결론은 결국 다시 국회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한정협의체 합의문 초안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확고히 했다.
최 회장은 "의한정 협의체 의료일원화 합의문 초안은 수용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의견 수렴은 불필요하다"며 "또한 한의대를 즉각 폐지하고 의학교육을 단일화해야 하며 복지부의 한의약정책관도 즉각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방은 의학의 범주에 포함할 수 없으므로 건강보험 재정에서 이를 지불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며 "한방 보험은 선택 가입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의한정협의체에서 도출된 합의문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동시에 한의학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과 한의대 폐지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한의계에 대한 전면적인 선전 포고를 감행한 셈이다.
따라서 사실상 의한정협의체는 파행 수순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의협의 수장이 직접적으로 합의문을 부인하고 선전 포고를 했다는 점에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의계는 이에 대한 책임론을 내세우며 의료계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이미 정부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합의된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협은 의한정협의체에서 합의된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 선언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더욱이 이번 논의와 관계도 없는 허위 사실로 한의학을 악의적으로 폄훼한 것은 도를 넘어선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의한정협의체가 국회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법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제시한 마지막 협의 기회라는 점에서 의협이 스스로 대화의 길을 차단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 진료 편의성과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회가 마련한 자리를 의협이 일방적으로 파행으로 끌고 갔다는 주장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의한정협의체 협의 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결국 의료계가 독점적 의료체계를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민의 진료 편의성과 의료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한의계의 역할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의한정협의체 파행으로 또 다시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는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법안 표결에 앞서 마지막 조정을 위해 의한정협의체 구성과 정부 주재의 합의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합의 가능성이 깨지고 의한정협의체 논의조차 불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결국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다시 국회로 공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의협의 책임론을 들며 법안 통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미 과거 국회에서 충분히 검토와 논의가 끝난 사안이며 여론 또한 긍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의협 관계자는 "지난 국회에서 통과를 목전에 뒀던 법안이 잠시 보류된 것은 마지막으로 의협과의 대화에 기회를 줬기 때문"이라며 "의협이 그 기회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상 더 이상 논의나 합의의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법안으로 결론이 나게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의협의 입장은 이와 차이가 있다. 먼저 약속을 깬 것은 한의협이며 파행까지 진행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비공개를 약속한 합의문을 한의계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의료계 내부에 분열을 일으키며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은 한의협"이라며 "의협은 한의대 폐지를 기본으로 하는 일본식 일원화를 양보한 적이 없으며 이는 의료계의 원칙"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