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며 막아온 수술실 CCTV가 결국 현실로 다가오면서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 일각에서는 초법적 포퓰리즘이라는 강도 높은 비난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17일 도내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하고 환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CCTV 녹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에 438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원과 이천, 포천, 의정부, 파주에 있는 경기도의료원에도 수술실 CCTV를 도입할 계획이다.
CCTV는 수술실 내 모든 상황에 대해 24시간 촬영돼 녹화되며 30일간 보관한 뒤 환자 등의 요구가 없을 경우 영구 폐기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술실이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어 환자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건이 발생해도 환자가 이를 밝혀내는데 답답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며 "시범운영을 진행한 뒤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는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과거 국회나 보건복지부에서 논의가 진행된 적은 있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좌초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유령수술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19대 국회가 CCTV 의무화 법안을 논의했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기한을 넘기며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도에서 별다른 공론화없이 곧바로 CCTV운영에 들어가면서 큰 충격에 빠진 모습.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수술실 CCTV 문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며 의료계와 필수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상임이사회를 통해 이번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며 "이후 대응 방안을 세워 강력히 대처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과 의사들의 분노도 만만치 않다.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이렇게 단순히 여론에 밀려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외과계 학회 이사장은 "소비자 권리가 최고치에 달하는 미국에서도 수술실 CCTV 문제는 암묵적인 불문율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이 문제는 단순히 여론에 밀려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술법도 지적 재산권 중에 하나고 의사도 초상권이 있으며 환자 또한 자신의 수술 모습이 찍히기를 바라지 않는 환자도 있다"며 "또한 만약 이렇게 녹화된 영상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했을때 그 후폭풍은 누가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로 인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경기도의 이러한 조치가 초법적 포퓰리즘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논의, 입법 절차 등도 없이 국공립 의료기관을 마치 사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과계 의사회 회장은 "경기도의료원이 경기도지사의 것도 아닌데 아무런 공론화와 합의 과정 없이 도지사 맘대로 수술실에 CCTV를 달게 할 수 있는 것이냐"며 "법과 원칙, 민주주의마저 무시한 초법적 포퓰리즘의 결정판"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그는 "도지사의 권한을 남용해 이런 일을 벌인 이상 의료계도 의사의 권한으로 국공립병원에서 모든 수술을 거부하면 되는 셈"이라며 "의협 차원에서 강력하게 조치해야할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