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다. 과거 추무진 전 의협회장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선봉장으로 투쟁의 깃발을 앞세우던 당시 최대집 회장은 '투쟁'을 앞세우며 지지기반을 형성, 의협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취임 4개월 만에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판대에 올랐다. 비대위 시절 그가 내세웠던 '투쟁'으로는 수가협상는 물론 비급여의 급여화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지부의 로드맵 그대로 진행되자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크다"라는 회원들의 불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무능하다" "전략이 없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면서 10월 3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의협 임총을 앞둔 상황까지 몰렸다.
수세에 몰린 최대집 회장은 회원들의 불만을 의식해 발언의 수위를 높이며 극단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의·한·정협의체에서 의료일원화 논의를 이어가던 중 합의문 초안이 논란이 불거지자 "한의대 폐지, 한방 치료 건보 제외" "한방 부작용 치료에 대한 무개입 원칙 선언" 등 강력한 발언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의사의 직접적 소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앞서는 "복지부를 향한 최후통첩이다. 문 케어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제2의 의쟁투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최근 지역의사회 순회 설명회에서 "10월초 중대한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복지부는 기존의 로드맵을 수정할 계획이 없어보인다.
의협회장으로서 대국민, 대정부와 관계 맺기는 포기한 채 투쟁을 향해 앞만 보고 질주하는 그의 행보는 위험하다 못해 안쓰럽다.
대외적으로는 정부와 대국민과도 담을 쌓았지만 정작 의료계 내부에서도 "과거 투쟁 의지를 상실했다"는 비난을 면치못하는 난감한 상황. 이번에도 최대집호는 '투쟁'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수가정상화를 위해 총파업에 나선다면 회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까. 지난 5월, 전략없는 의사 궐기대회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지 않나.
이제 투쟁 프레임을 깨야할 때다. 회원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고 나선 의협이 아닌 의사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곳간을 채워줄 수 있는 영리한 협회다.
핵 도발을 일삼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고 새역사를 쓰는 시대다. 투쟁 선봉장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의협회장으로의 변신만이 지금의 투쟁 프레임에서 벗어날 해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