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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그늘 "병원 내 소통이 사라지고 있다"

발행날짜: 2018-09-21 12:00:59

초과 근무 인정으로 호프데이·동아리 행사 뚝…"부서 간 얼굴보기 하늘의 별 따기"

주당 52시간 근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병원 내 풍경도 상당히 변하고 있다. 사실상 병원의 공식 일정들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병원장 등 보직자와 자리하던 호프데이 등 행사가 사라진 것을 비롯해 동아리 행사 지원과 병원장배, 총장배 등 행사 등이 사라지면서 일각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대학병원 병원장은 20일 "그나마 예전에는 호프데이 등 행사를 통해 각 부서 직원들과 함께 하는 자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가 전혀 없다"며 "호프데이 행사 시간까지 근무시간으로 인정되니 행사를 하려면 3시에 조기 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병원의 특성상 근무 시간 내에는 한데 모여 티타임 등을 가질 수도 없다"며 "결국 의국이나 부서원들이 모이는 시간을 내가 찾아가야 하는데 회식 등도 없어지고 나니 만날래야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각 대학병원마다 소통을 위해 진행하던 행사들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파악됐다.

회식 등 단체 활동조차 모두 근무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도저히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B대학병원 진료과장은 "1년에 두어번씩이라도 의국원들을 비롯해 간호부, 진료지원부 등과 함께 저녁을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그런 자리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며 "병원 자체에서 자제 요청이 와 있는 상황에 별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 병원 행정부원장도 "직원들 사기 진작을 위해 한두달에 한번 영화관을 빌려 무비데이 행사를 진행해 왔다"며 "저녁식사에 최신 영화까지 볼 수 있어 호응이 좋았는데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에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비단 회식 등만이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병원내 각종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체육대회, 동문의 밤 등의 행사까지 모두 한번에 사라지면서 삭막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병원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모든 활동이 근무시간으로 여겨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지원을 완전히 끊었기 때문이다.

C대학병원 행정부서장은 "몇개 부서가 연합해서 병원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던 동아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지원이 끊긴 상태"라며 "병원 예산이 들어오면 근무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아울러 그는 "매년 진행하던 총장배 체육대회도 지금 상황에서는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주말에 하루 체육대회를 하면 대체 휴일을 줘야 하는데 24시간이 팍팍하게 굴러가는 병원에서 대체 휴일이 가당키나 하느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