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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영광 재현 나선 경희의료원…인프라 효율화에 방점

발행날짜: 2018-10-06 06:00:45

후발주자·하드웨어 약점 소프트웨어 집중 "대형화 맞설 승부수"

국내에서 최초로 1000병상 시대를 열며 영광을 누렸던 경희의료원이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 귀추가 주목된다.

염원이 담긴 후마니타스 암병원과 전 병원에 대한 대대적 리모델링을 통해 사실상 새병원 개원을 준비중에 있는 것. 대형병원의 하드웨어에 맞서 소프트웨어로 극복하겠다는 승부수다.

경희의료원 임영진 의료원장은 5일 "빅5병원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대학병원의 암 치료 수준은 대동소이하며 계속해서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며 "이제 얼마나 더 환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가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형병원의 엄청난 규모의 암병원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경희의료원이 쌓아온 노하우가 모두 녹아있는 환자 중심의 암병원을 지으려 노력했다"며 "이제 선택은 환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5일 개원한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 암병원의 하드웨어는 후발주자라는 점을 감안할때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다.

빅5병원 중 가장 늦게 암병원을 지은 연세암병원의 위용이 1000병상급에 달한다는 점에서 하드웨어로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 실제로 후마니타스 암병원 병상수는 200병상에 불과하다.

인력 구조도 마찬가지다. 현재 경희의료원은 후마니타스 암병원에 의대 70명, 한방 36명, 치과 20명의 의료진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중 암병원 전담 의료진은 50여명으로 이중 약 40% 정도에 불과하다. 흔히 말하는 빅5병원들이 300명 이상의 전담 의료진을 배치한 것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경희의료원은 인프라의 효율성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후마니타스 암병원의 인프라도 이러한 복안 아래 설계된 흔적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의대, 치대, 한의대를 모두 잇는 통합 암치료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희의료원의 가장 큰 자산이면서 차별화의 특성을 승부수로 내세운 셈이다.

경희대가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간호대, 의료인문학, 생명과학을 모두 갖춘 사실상 유례없는 종합 의학 계열 대학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자산으로 차별화를 꾀한 셈이 된다.

경희의료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양한방 협진 카드를 가지고 승부수를 띄웠듯 이번 후마니타스 암병원도 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타 병원에서 받지 못하는 서비스를 강조하고 나선 것.

외래진료실에서 의대, 한의대, 치대 교수가 모두 모여 통합 암 치료를 위한 다학제 협진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도 결국 극도의 효율성에서 출발한다.

호텔급 시설을 갖추고 수백명의 의료진이 배치돼 있지만 큰 병원에서 이과, 저과를 돌아다니던 피로감을 경험했던 환자들에게 의, 치, 한 교수들이 직접 찾아가는 방식은 분명 차별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임영진 의료원장은 "후마니타스 암병원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지난 40년간 경희의료원이 시도하며 노하우를 쌓았던 양한방 협진"이라며 "이러한 노하우를 최대한으로 담아냈기에 치료 성적은 물론, 환자들의 편안함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중인 본관 리모델링과 인력 배치도 이와 결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경희의료원은 본관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오히려 병상을 축소하는 전략을 세웠다.

빅5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들이 확장을 위해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것과는 분명 대조적인 모습. 이 또한 극도의 효율화를 위한 전략이다.

병상을 줄여 비록 수익성을 줄이더라도 집중 케어를 통해 만족도를 높여 빅5로 빠져 나가는 환자들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일례로 후마니타스 암병원의 간호진도 과거 암병동 등에서 근무하던 경력 간호사들을 대거 배치했다. 대다수 대형병원들이 신규로 수백명의 간호사를 선발해 배치했던 것과도 차이가 있다.

한정된 시설과 인프라를 최대로 활용해 만족도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임영진 의료원장은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간호대를 잇는 임상 전 분야의 통합 인프라는 경희의료원만의 색깔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동력"이라며 "경희의료원만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통해 그동안 없었던 병원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