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인프라가 붕괴되면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진다. 하지만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기관의 보상분담금을 강제징수를 추진하는 법 개정안 등 산부인과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가 추계학술대회를 맞아 지난 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실시한 기자간담회에 자리한 의사회 임원진은 출산 인프라 붕괴 직전인 산부인과 현실을 토로하며 의료분쟁조정법(이하 의분법) 개정안에 대해 지적했다.
이충훈 산부인과의사회장은 "의료계가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의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시행할 경우 산부인과 의사들은 모든 의료분쟁 조정을 거부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약 의분법 개정안을 추진하면 조정결정문 일체를 거부해 의료분쟁조정원을 무력화하겠다는 얘기다.
김재연 법제이사는 "대만, 일본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불가항력 즉,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 전액 정부가 보상하고 있는 데 한국은 의사에게 보상분담금을 요양급여비용에서 원천징수하는 식으로 강제로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며 역주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의사회 임원들은 출산 절벽 시대에 출산 인프라 붕괴를 거듭 우려하며 정책적 배려를 주장했다.
김재연 법제이사에 따르면 분만 산부인과는 응급상황을 대비해 야간 간호사 인력을 유지해야하 하는 만큼 일반 병원 대비 3배의 인건비가 필요하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는 급등하는 반면 분만 수가는 여전히 낮아 분만병원이 분만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
그나마 열악한 환경 속 분만을 유지하는 산부인과는 의분법 등으로 병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재연 법제이사는 "보상분담금을 요양급여비용에서 원천징수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충분한 의견조회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 이기철 부회장은 최근 저출산위원회가 분만 수가 인상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상대가치점수와 별도로 건강보험재정 총액 불변의 원칙을 적용해 분만 수가를 인상을 검토하기로 가닥을 잡았으며 복지부도 일부 수용해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분만 인프라가 붕괴된 이후에는 아무리 수가를 높여도 의미가 없다"고 분만 수가 정상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