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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임신 전공의 법 개정 의·병협·의학회 모두 찬성했다

이창진
발행날짜: 2018-10-10 06:01:09

직업환경·진단검사·예방의학·신경외과 근로기준법 준수 표명…전공의협 나홀로 '반대'

수련제도 최대 현안인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논의 과정에서 전공의협의회를 제외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의학회, 정부 모두 수련시간 개선을 위한 전공의법 개정에 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신 전공의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청한 전문과는 직업환경의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 예방의학과 그리고 신경외과 등 4개 학회에 불과했으며 메이저 전문과인 내과와 외과, 소아청소년과는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메디칼타임즈가 9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명수)에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회의록을 입수 분석한 결과, 올해 7월까지 3차례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 관련 논의를 벌였으나 위원들 간 이견으로 최종 결론을 유보했다.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 논란은 올해 초부터 불거졌다.

복지부는 임신 근로자 주 40시간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전공의법 수련규칙에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준수를 수련병원과 전문과 학회에 권고했다.

이를 적용하면, 수련 중인 임신 전공의는 산전후 16개월 정도 주 40시간 수련 이상이 금지된다.

어길 경우 해당 수련병원은 시정명령과 과태료, 수련병원 지정 취소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수련병원과 학회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의학회는 긴급회의를 통해 임신 전공의 추가 수련과 전공의법 개정을 요구했으나 전공의협의회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주장했다.

서울아산병원 등 일부 수련병원 외과계 여성 전공의들은 추가 수련을 복지부에 요청하는 등 전공의 내부의 갈라진 모습까지 연출했다.

서울아산병원 여성 전공의들은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근로기준법 관련 추가수련을 복지부에 요청하는 등 수련문제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다.
사안이 격화되자 복지부는 전문과 학회와 전공의협의회 의견수렴 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논의를 거쳐 2019년 2월말까지 임신 전공의 근로기준법 준수를 유보하고 전공의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그동안 의료계에 알려진 내용이다.

하지만 수련환경평가위원회(위원장 이혜란) 회의록을 보면 전공의법 개정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전공의협의회의 사실상 외로운 싸움이었다.

지난 3월 열린 올해 제2차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회의에서 임신 전공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당시 위원들은 전공의법상 근로기준법을 따르도록 한 여성 전공의 출산 전후 휴가 및 유산, 사산 휴가 외에 사항에 대해 보완 사항을 정할 때까지(2019년 3월 1일 이전) 근로기준법 적용을 유예하도록 하는 위원회 안에 추가로 필요한 사항을 확인 반영해 정비키로 했다.

이어 여성 전공의 출산 전후 휴가 및 유산, 사산 휴가에 따른 추가수련에 관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심의가 전공의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데 공감했다.

또한 수련환경평가 중 여성 전공의 모성보호 규정 준수 평가문항은 수련규칙 표준안 제39조(임산부의 보호) 개정에 따라 출산 전후 휴가 및 유산, 사산 휴가, 태아검진 시간 허용 등의 준수여부를 평가하도록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과 이승우 부회장은 임신 전공의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전공의 선발제도와 대체인력, 역량 중심의 수련 프로그램 등 수련 환경여건의 조속한 개선을 요구했으나 소수 의견에 그쳤다.

제2차 회의에서는 전문과목별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 의견도 공개됐다.

총 26개 전문과 학회 중 16개 학회가 의견을 제출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지난 3월 올해 2차 회의에서 임신 전공의 법 준수 유보안을 논의한 내용.
임신 전공의 수련 단축 불가인 필수 수련시간 엄격 적용은 정형외과(주 88시간)와 정신건겅의학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비뇨의학과, 신경과(이하 주 80시간), 영상의학과(주 60시간) 등 8개 학회이다.

임신 전공의 상황은 인정하나 추가 수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산부인과와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 4개 학회가 전달했다.

반면, 임신 전공의 추가 수련 불필요와 근로기준법 준수, 수련환경평가위위원회 결정 준수는 직업환경의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 예방의학과 그리고 신경외과 등 4개 학회이다.

전문과의 핵심인 내과와 외과, 소아청소년과는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 관련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지난 4월 열린 제4차 회의는 임신 전공의 문제로 위원들 간 이견이 최고조에 달했다.

심의 안건인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 개선을 위한 전공의법 개정을 놓고 위원들 간 이견으로 결정을 보류하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임신 전공의 수련에 필요한 전문성 함양을 침해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임신 전공의 모성보호 실효성이 확보되도록 전공의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복지부와 병원협회, 의사협회, 의학회는 전공의법 개정에 '찬성'했으며, 전공의협의회는 '반대'했다.

이날 회의는 이혜란 위원장을 비롯해 총 12명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전공의협의회 몫인 안치현 회장과 이승우 부회장 2명만 전공의법 개정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는 의미다.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 논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사실상 일단락됐다.

지난 5월 회의에서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 개선 전공의법 개정 추진을 재심의했으나 위원들 간 이견이 지속됐다.

복지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논의 경과와 관련 설문조사 결과(설문조사 시행기관 및 여의사회와 전공의협의회 협조)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정부안을 마련한 후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보고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 관련 치열한 논의가 있었으나 전공의법 개정은 확정하지 않았다.

전공의협의회는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 갈등 해소 차원에서 대체인력과 지원방안을 요구했으나 복지부가 난색을 보여 소수의견에 그쳤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과장 곽순헌)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 관련 전공의법 개정 여부는 위원들 간 이견으로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임신 전공의 추가 수련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법 개정보다 수련규칙 개정 중심으로 고용노동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법 개정에 반대하는 젊은 의사들 주장에 대해 "어디에 담느냐보다 어떤 내용이냐가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법률적 자문을 비롯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수련 현장 혼란과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올해 연말 전까지 개선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임신 전공의 근로기준법 준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승우 회장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임신 전공의 문제를 수련병원과 전문과 학회 그리고 전공의들 간 갈등으로 몰아가지 말고, 대체인력과 지원방안 등 실효성 있는 논의를 하자고 주장했고 상당 수 위원들도 수긍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지원방안에 난색을 보이며 회의를 원점으로 돌렸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법이든 수련규칙이든 법 개정에 반대한다. 근로기준법에 입각해 임신 전공의를 보호해야 한다. 지금도 임신 전공의들의 유산 사례 등 민원과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저출산 해소와 고용 창출에 주력하는 현 정부에서 임신 전공의 대체인력 지원 방안을 마다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의결 과정 신문을 위해 오는 11일 복지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이혜란 수련환경평가위원장(한림의대 교수)은 이미 예정된 해외학회 참석을 이유로 국회에 양해를 구해 국정감사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