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의 한 상급종합병원 A내과 교수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이후 황당한 일을 겪고 있다.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이 초음파 사진 한 장 없이 '간질환 의심'이라고 하면서 진료의뢰서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과거 출력된 인쇄사진 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간·담낭 등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6개월째. 의료계 내부에서 상복부 초음파 검사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이후 현재까지 해당 청구건에 대해서는 정밀심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책 협의 과정에서 급여화 전제조건으로 6개월간 심사 삭감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른 것.
복지부는 심평원에 초음파 장비 여부를 신고한 병‧의원이면 의학적 타당성이 있는 경우 추가적인 심사위원 등의 정밀심사 없이 해당 청구건은 모두 인정하기로 밝힌 바 있다.
또한 이 같은 정부의 정책기조는 10월부터 급여화 된 MRI에서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급여화 이후 6개월간 심사 삭감 예외 기간의 빈틈으로 불필요한 초음파 검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기존에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지도 않던 병‧의원들까지 급여화 전환 이 후 '중고기계'를 사들여 무분별하게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심평원으로부터 받은 '종별 초음파영상진단기 분기별 보유현황' 자료에 따르면, 종합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기기 보유가 급여화 전‧후로 눈의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종합병원의 경우 2017년 4분기 4084대였던 초음파 기기가 급여화로 전환된 이후 2018년 2분기 4320대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몇개월 사이 약 300대가 증가했다.
여기에 의원급 의료기관도 2017년 4분기 1만 7725대였던 초음파 기기가 2018년 2분기에는 1만 8444대로 급여화 이후 1천대 가까이 초음파 기기를 보유한 곳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의 한 상급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이후 초음파를 보유한 의원급 의료기관이 많이 늘었다"며 "문제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 system, 이하 PACS)도 없이 의뢰만 보내는데 출력된 사진조차 없는 등 부실한 검사 사례가 꽤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과거 출력된 인쇄사진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초음파의 경우 기기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급여화 이후 낡은 중고기기를 가지고 사진도 없이 '간질환 의심'이라고 의뢰서만 써서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갑자기 초음파를 하지도 않던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갑자기 환자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 내부에서도 초음파 급여화에 따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회 관계자는 "기존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던 의료기관이 급여화 이후 환자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더구나 정부도 공개적으로 급여화된 초음파와 MRI 청구건은 삭감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나. 당연히 중고기계라도 사들여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기존 관행 수가보다 상향 조정돼 급여화 됐다"며 "이 때문에 당연히 초음파 기기를 구입하는 기관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의료계 내에서 자정 활동을 하지 않고서는 정부의 제도적 제한 방침 마련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